3분기 현금성 자산 6700억에 그룹 계열사 지원 1조 넘어
자금경색 대비해 해외 금융사 중심으로 수천억 추가 마련
사업 성과 주목...수도권 비중 커 PF 부실 제한적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으로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던 롯데건설이 2조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며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롯데건설은 은행과 사채 시장에서 현금을 차입해 사내 현금성 자산을 7000억원 규모로 늘렸다. 이외에도 지난달부터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유상증자와 차입으로 1조1000억원을 조달한 상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외국계 은행과 금융사를 중심으로 1조원대 현금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어서 PF 우발채무 불안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권 자금경색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데다 사업 결과에 따라 PF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 현금성 자산 2조원대 마련...PF 유동화증권 상환 대비
16일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계열사 지원과 차입을 통해 2조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다.
이 회사의 지난 3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788억원이다. 이는 작년 말 3455억원 대비 96.4% 늘어난 규모다.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며 현금 확보에 나선 결과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예금과 매도가능증권 등으로 3개월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재무상태표상에서 기업이 가진 단기간의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달부터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차입했다. 내년 1월 18일 만기로, 이자율은 6.39%다. 이달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등이 참여하는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또 롯데정밀화학과 롯데홈쇼핑(우리홈쇼핑)으로부터 각각 3000억원, 1000억원을 빌렸다. 모두 3개월 안에 상환하는 조건으로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이자율 7.65%가 적용됐다.
롯데건설은 1조원대 규모의 추가적인 자금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외국계 은행과 금융사를 중심으로 단기 차입을 논의하고 있다. 일단 이달 SC제일은행(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부터 1500억원을 차입했다. 차입기간을 두가지로 설정했으며 1000억원은 1년 만기, 500억원은 3개월이다. 롯데물산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대신 갚겠다는 자금보충약정을 섰다. 추가적인 현금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8위로 대형 건설사에 속하는 데다 신용등급도 회사채 A+, 기업어음 A2+로 우량기업에 속한다.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시장에서 PF 자산유동화어음(ABCP)·전자단기사채(ABSTB) 등 유동화 증권의 만기 연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PF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권사와 금융사가 유동화 증권 회수에 나선 상태다. 만기 연장이 어려워지고 차환 발생도 막히자 보유 현금으로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우발 채무 규모는 6조7491억원이다. 이 중 절반 정도인 3조1000억원이 4분기 집중됐고 월별로는 11월 1조3970억원, 12월 3472억원이다. 내년에도 1분기 1조8696억원, 2분기 4819억원이 만기 예정이다.
◆ "급한 불 껐지만"...PF사업 성과 주목
이처럼 롯데건설이 3조원대 현금을 마련하면 만기 도래하는 PF 상환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사업 결과에 따라 채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3분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늘어난 것은 기업 이익이 늘거나 자산매각을 통하기보단 단기차입금 1조1104억원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이중 만기 도래한 단기차입금 6560억원을 상환했다. 작년 3분기 단기차입금 규모가 2580억원이었단 것과 비교하면 외부로부터 받는 자금 수혈 비중이 높아졌다.
이에 따른 이자부담도 적지 않다. 3분기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 부담액이 326억원으로 전년동기(212억원) 대비 53.7% 늘었다. 발등에 떨어진 수천억원대 ABCP·ABSTB 상환이 우선이겠지만 차입금을 줄이지 못하면 재무구조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현금 차입이 늘면서 부채 비율이 2분기 143.1%에서 3분기 174.9%로 치솟았다.
재무구조 개선 여부는 진행 중이거나 대기 중인 프로젝트들의 사업 성과에 달려 있다. 일단 수도권 사업 비중이 40%에 달해 미분양 등 PF 부실이 대거 발생할 여지는 제한적이다.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악성 사업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시행사의 사업비 마련 과정에서 시공사는 연대보증, 조건부 채무인수, 자금보충 등을 제공한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정한 것이 PF 우발채무 확산에 주범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정비사업 이주비 및 사업비를 지원하는 사업장이 작년 말 19곳에서 올해 3분기 26곳으로 늘었다. 조건부 채무인수약정 사업장은 26곳에서 31개로 증가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금융시장 자금경색으로 PF 유동화 증권 만기 연장에 어려움이 있지만 자체적으로 조달한 현금으로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신규 사업 확장으로 PF 우발채무가 덩달아 늘어난 측면이 있는데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유동성 이슈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