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시험장에 보낸 부모들, 간절한 마음
떠들썩한 응원전 없지만…소소한 격려 이어져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17일 오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앞,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외동딸을 마중 나온 이명란(53) 씨는 딸이 시험장으로 들어간 지 1시간이 다 되도록 교문 앞을 떠나지 못했다. 두 손을 가슴팍에 모으고 한참을 서성이던 이씨는 '공주'라고 저장된 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한 번 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세 번째로 치러진 수능 시험장 앞은 올해도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여의도여고 앞은 올해도 떠들썩한 응원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험용 시계나 필기도구를 파는 상인들도 없었다.
선·후배 간 응원문화는 사라졌지만 소규모로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한 발걸음은 있었다. 인근 여의도초등학교에 다니는 초5 학생 김지수(11) 양은 오전 7시 30분쯤 친구 두 명과 여의도여고 앞을 찾았다. "수능 날이라 등교 시간도 늦춰졌고, 시험 보는 언니들에게 간식거리를 주기 위해서 친구들과 준비했다"는 김양은 사탕과 초콜릿 등을 작은 비닐에 담아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에게 나눠줬다. 스케치북 크기의 하드보드지에는 '수능 파이팅'이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수험생들을 응원하러 온 여의도초등학교 학생들. 2022.11.17 heyjin6700@newspim.com |
예년과 같은 '수능 한파'도 없어 학생들의 옷차림은 가벼웠다. 후드티나 가벼운 외투를 입은 학생들이 많았다. 담요를 챙겨 온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한 손에는 도시락 가방을, 또 한 손에는 수첩이나 A4용지에 시험 내용을 요약해 온 자료들을 들고 시험장으로 하나, 둘 들어갔다.
학부모들은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자녀를 꼭 안아주거나, 자녀가 시험장에 들어가고서도 한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김나연(45) 씨는 관악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응원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딸의 사진을 A4용지에 인쇄해 코팅해왔다. 딸의 사진 위에는 '파이팅, 수능 대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씨는 딸에게 "지금까지 건강하게 공부해줘서 고맙다"며 "집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가 수능 끝나고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관악고에 다니는 수험생 딸을 응원하러 온 김나연 씨. 2022.11.17 heyjin6700@newspim.com |
도시락이나 시험에 필요한 학용품을 깜빡하는 바람에 다시 교문 앞으로 나오는 수험생들도 더러 있었다. 오전 6시 45분에 도착한 고3 학생 우모(18) 양은 도시락을 깜빡했다. 우양은 "갈비탕이랑 볶음김치를 싸줬는데 까먹고 두고 왔다"며 "엄마가 시험 아침부터 덤벙대면 어떻게 하냐고 한소리 하셨다"고 말했다. 우양은 오전 7시 10분쯤 도시락을 건네받았다.
오전 7시 40분이 되자 수험생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학생도 있었다. 서둘러 시험장으로 향하는 자녀에게 학부모들은 "수험표 확인해"라며 당부하기도 했다. 입실 시간이 끝나는 오전 8시 10분, 정문은 굳게 닫혔다.
2023학년도 수능은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5분까지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3개 시험장에서 치러진다. 올해 수능에는 원서접수자 기준 50만8030명이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 재학생은 35만239명(68.9%), 졸업생은 14만 2303명(28.0%), 검정고시 등은 1만5488명(3.1%)이 차지한다.
올해 수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문·이과 통합으로 실시되며 성적 통지표는 12월 9일 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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