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전달은 박씨의 아내 조모 교수
의원실·지역구 사무실 등에서 금품 받아…사업 관련 및 인사 청탁
시기·장소·금액 구체적으로 적시
노 의원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업무 연관성도 없어" 반박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검찰이 한 사업가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돈이 오간 시점을 비롯해 장소, 금액을 특정해 압수수색영장에 샅샅이 적시한 반면, 노 의원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며 부인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전날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노 의원의 국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노 의원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그는 부동산개발업 등을 하는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총 6000만원을 받았다. 자금 전달은 모두 박씨의 아내 조모 교수를 통해 이뤄졌다. 조 교수는 박씨 회사의 이사로도 재직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05.11 kilroy023@newspim.com |
우선 그는 지난 2020년 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인근 음식점에서 조씨로부터 발전소 납품 사업 등을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 2000만원을 교부받았다.
또 노 의원은 같은 해 3월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조씨로부터 박씨가 추진 중인 물류단지 개발사업이 국토교통부의 실수요검증 절차로 지연되고 있으니 국토부 장관을 통해 신속히 진행되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을 받았다.
아울러 노 의원은 같은 해 7월 국회 의원회관 내 자신의 의원실에서 조씨를 통해 폐선로 철도 부지를 빌려 태양광 전기를 생산·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을 교부받았다.
검찰은 노 의원이 2~3월 받은 자금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명목, 7월에 받은 자금은 전당대회 선거비용 명목이라고 판단했다. 노 의원은 당시 전당대회에서 3위를 기록해 최고위원에 당선된 바 있다.
또 노 의원은 같은 해 11월과 12월 지방국세청장의 보직인사에 관한 청탁, 한국동서발전 주식회사의 임원 승진 인사에 관한 청탁 명목으로 각각 1000만원씩 총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민주당 4선 중진인 노 의원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2020년 5월까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2020년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및 정보위원회 위원으로 각각 활동했다.
노 의원은 해당 의혹에 대해 "조씨와 봉사단체에서 몇 번 만났을 뿐, 정작 돈을 줬다는 박씨는 얼굴조차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태양광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저는 태양광과 전혀 상관없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심지어 당사자인 박씨조차도 한 언론 인터뷰 요청에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잘랐다고 한다"며 "검찰이 적시한 청탁 내용과 저의 의정 활동 사이에는 어떠한 업무 연관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업무 연관성이 없는데 무엇을 주고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노 의원은 "(환노위 이전에는) 과방위원장을 했을 뿐 정작 태양광 사업이나 철도 부지와 관련이 있는 산자위나 국토위는 하지도 않았다"며 "태양광 가지고 뭔가 엮으려고 하는 건 또 전 정권에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세상이 변했는데 소관이 아닌 곳에 어떠한 청탁을 한다는 것인가"라며 "그런 청탁은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것이 검찰의 억지 짜맞추기식 수사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일련의 움직임은 제 개인에 대한 탄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대한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기획수사·공작수사라고 규정한다. 이건 야당 의원 탄압에 대한 신호탄"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그는 "이권을 청탁하고 무엇을 줬는지 당사자에게 묻고 싶다"며 "나머지 과정은 진행 과정에서 결백을 확실히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