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무증상'에 노인은 발견 어려워
보건의료인 인력난 '허덕'…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가기 쉬워
장기요양시설에서 코로나 치료제 도움 될 수 있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조기에 치료제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국내 제약사들도 백신을 비롯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팬데믹 3년째 성과는 미미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치료제가 시장을 장악했고 엔데믹에 접어들며 접종 수요가 줄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은 이대로 문을 닫을까. 뉴스핌이 기로에 선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을 들여다 봤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코호트 격리 중인 간호사 김모(57)씨는 매일 어르신들의 낯빛을 살핀다. 며칠 전 상태를 제때 확인하지 못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뒤늦게 받은 게 마음에 걸려서다. 김씨가 일하는 요양원에서만 11명이 확진됐다.
증상은 몸이나 언어로 쉽게 표나지 않았다. 특히 노인들의 말을 듣기 힘든 요양원에서는 코로나에 걸린 것을 알아차리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다. 많은 환자가 치매를 앓고 있어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탓이다. 인지가 있는 환자가 "목이 아프다"며 호소한 후에야 자가 키트로 부랴부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기로 선 코로나치료제] 글싣는 순서
1. '게임체인저' 기대한 제약업계, 신기루였나
2. 현장에선 '급구중'...사각지대 놓인 환자들
3. 日 '긴급사용승인' 일동 조코바에 거는 기대
◆보건의료인 인력난에…무증상 오미크론, 관리 어렵다
보건의료인들이 인력난으로 허덕이는 와중 오미크론 초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오미크론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노인들이 중증 환자로 발전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치료제를 초기에 처방할 것을 강조한다.
지난해부터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오미크론변이 확진자 절반 가량이 무증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김씨 역시 "열이 났으면 바로 체크를 했을 텐데 증상이 아예 없었다. 잔기침도 처음에나 조금 했다"며 "백신을 5차까지 맞아서 안심이라지만, 너무 아무것도 없으니까 신경쓰여서 살핀다. 증상이 보이면 속이 편한데" 하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도봉구 성심데이케어센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13명이 발생한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0.06.12 pangbin@newspim.com |
문제는 코로나 무증상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경우 기저질환이 많아 감염됐을 때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인들은 환자의 증상이 경미할 경우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 괜찮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지금은 어르신을 24시간 살피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밥을 잘 드시지 않는다거나, 소변이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 경우 어르신들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시설에 방문하는 촉탁의사들은 환자가 경증일 경우 상태를 완화하기 위해서 감기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료 인력난이 계속되며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다. 노인돌봄을 전담하는 보건의료인들은 3년 동안 반복되는 재감염에 피로를 호소한다. 지난 10월부터 온라인 요양보호사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가 계속 어르신들을 감염시켜 괴롭힌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서 지친다", "올해 네 번째 코호트다. 오늘 하루 29명이나 확진됐는데 어르신 몇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재감염이다" 등의 글들이 올라온다. 지난 2019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연구진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설 돌봄노동자들의 60.7%는 1인당 와상 노인을 5명 이상 돌보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는 인력 부족이 더 심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증 노인 환자들이라도 중증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르신들은 인플루엔자 감염됐을 경우 상태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숨찬 증상조차 스스로 못 느끼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서 60대 중에서는 뒤늦게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23일 오후 서울역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2022.11.23 yooksa@newspim.com |
◆선제적 관리 중요…증상 없을 때도 치료제 필요
오미크론 사각지대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백신만큼이나 치료제를 강조하고 있다. 초기에 코로나 치료제 처방을 하면 위험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로 증상이 없을 때라도 처방을 해서 빨리 바이러스를 죽여야 한다. 증상이 심해서 폐렴에 가까워질 때면 이미 늦어서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에 발간된 주간 건강과 질병 제15권 제24호에 따르면, 장기요양시설에서 코로나 치료제를 사용했을 경우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팍스로비드의 경우, 중증 또는 사망 감소 효과가 51%, 사망 감소 효과가 38%로 나타났다. 라게브리오는 입원 혹은 사망 비율이 31% 감소했으며, 사망률은 89% 줄었다.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도 활용하기 어려워 치료제의 중요성은 더해진다. 보건복지부는 제약사 18곳에서 생산하는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 물량을 50%가량 증산하겠다고 밝혔으나, 제약사들은 라인을 바로 늘리기는 어렵다는 눈치다. 증산에 참여하는 제약사 관계자는 "시행됐다고 해서 생산 설비를 바로 증설하기는 어렵다. 한 품목만 단독으로 생산을 늘리면 다른 품목이 품절되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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