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캠프·관료 출신 인사 낙점에 정부입김 작용 의혹
우리금융·BNK지주 회장에도 관료·외부 출신 거론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되면서 금융권에 낙하산 인사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자진 사퇴에 이은 사실상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첫 금융지주 수장 인선이었던 만큼 '낙하산 인사' 등 정부의 금융권 인사 기조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12일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사진=NH농협금융지주] |
이에 따라 손병환 현 회장의 연임은 좌절됐다. 애초 농협금융 내외부에선 손 회장이 사상 최대 실적과 내부 신망 등을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전직 관련 출신 인사가 구체적으로 거론되면서 기류변화가 감지됐다.
이 전 실장은 기획재정부 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를 거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특별고문을 지내면서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회장 유력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2024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연임을 추진하면서 힘 있는 관료 출신을 영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중앙회장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구조다.
임추위가 이 전 실장을 '농협금융의 새로운 10년을 설계할 적임자'로 만장일치 추천했다고 밝혔지만, 금융지주 중 농협금융은 외풍에 가장 취약한 구조라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신한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조용병 회장의 갑작스런 자진 사퇴를 놓고 금융권에선 정부 외압설 등 추측이 난무했다. 금융당국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리는 등 금융권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신한금융 최고경영자로서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농협금융 회장 선임에서 본격화된 정부의 외풍 논란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인사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손태승 회장에 중징계를 내린 이후 보다 구체적으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위 제재 이후 손 회장이 향후 소송 등에 나설 경우에 대한 대처를 묻는 질문에 "라임펀드 사태는 본점이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 인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소비자의 권익을 심각하게 손상시킨 사안"이라며 "당사자께서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 원장은 지난달 14일에는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모아 CEO 선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손 회장과 우리금융 이사회는 징계 취소 소송 여부, 대응 방안 등을 놓고 장고에 들어간 상태인데, 금융권에서 손 회장 후임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전직 금융당국 수장 출신 여러 관료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오는 13일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할 BNK금융지주 역시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등 외부 출신의 낙하산 가능성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