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각종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는 '트라우마(trauma·정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감정적 충격)'에 주목한다. 세월호 때도,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그랬다. 이를 방치하면 여러 가지 정신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정신과 치료를 하지 않은 이들이 많다.
직업적으로 온정(溫情)을 다하는 돌봄 관련 종사자 및 공무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반복적인 문서 작업보다 어쩌면 따뜻한 손길로 보듬어야 하는 업무가 더 많지만, 이들 또한 마음의 생채기를 제때 치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서울시 관계자와의 대화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동료 공무원이 '문'을 열기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간 동생 집 현관문은 물론, 연말 파티를 연 친한 친구의 집 현관문 그리고 식당 가게의 출입문 등이 사례로 언급됐다.
"문이 무엇을 잘못 했냐"는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자, 심각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복지 관련 업무를 하며 긴급 출동 식으로 집을 많이 찾아갔다고 해요.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문을 열 때마다 본인이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마주쳤나 봐요. 어느 순간 집 문을 열기가 무서워졌다고 하더라요. 그 이후부터 심호흡 후에 문을 연다고 하는데 안타깝죠"라고 고개를 저었다.
트라우마는 일순간의 충격적인 사건으로만 생기는 건 아니다. 또 다른 서울시 산하 기관 관계자는 '심리적 부담'도 마치 트라우마처럼 각종 정신·육체적 장애를 동반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재원이 부족해 긴급 보호 대상자에게 조치를 못한 적이 있어요. 수개월간 전화기만 붙들고 적절한 서비스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죠. 24시간 핸드폰을 머리맡에 두고 자요. 가만히 있어도 진동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지쳐서 떠나가요. 빈자리도 쉽게 안 채워지는데 제가 그만둘 순 없어요"라고 부은 얼굴을 연신 비볐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휴가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전임교사 시범사업 성과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근무시간은 감소했고, 보육 공백 걱정에 쓰지 못했던 휴가 사용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수업 준비 및 소통 시간이 늘었고 안전사고도 42%(자체 조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한 근무 여건이 개선되자 양육자들의 만족도는 올라갔다.
최근 서울시는 다양한 돌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시도는 좋지만, '좋은 정책'이라는 큰 비전 때문에 현장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부담감에 괴로워하고,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건 아닌지 새해엔 꼭 살펴보길 바란다. 건강한 돌봄은 행복한 사람에게서만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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