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겨울폭풍이 닥친 미국 뉴욕주 북부 이리 카운티 버펄로 지역의 한 미국인 부부가 폭설로 오도가도 못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자택으로 들여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낸 사연이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25일(현지시간) 전해졌다.
버펄로시 윌리엄스빌 주민인 치과의사 알렉산더와 전담간호사로 근무하는 안드레아 캄파냐 씨 부부는 지난 23일 오후 2시(한국시간 24일 오전 4시) 현관문을 노크하는 소리를 듣고 나가보니 2명의 한국인 남성이 서있었다.
이들은 한국인 관광객 9명 중 2명으로, 승합차로 워싱턴DC를 출발해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중 캄파냐 씨 부부 집 근처의 도랑에 바퀴가 빠지면서 눈을 퍼내기 위해 삽을 빌릴 수 있냐고 요청했다.
알렉산더 캄파냐 씨가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페이스북] |
캄파냐 씨 부부는 관광객 9명과 운전사 1명을 집으로 들였다. 한국의 한 여행사를 통해 지난 21일 뉴욕을 찾은 이들은 뉴욕시-워싱턴DC-나이아가라 폭포-캐나다 몬트리올 순서로 방문 중이었다.
알렉산더 캄퍄냐 씨는 "우리는 오랜 버펄로 주민이라서 아는데 이번 폭풍은 예사롭지 않았다. 다스베이더(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역)급 폭풍이었다"고 회상했다.
캄파냐 씨 부부가 겨울폭풍 예보로 식료품을 구비해놓은 덕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먹을 음식은 충분했고, 부부는 침실과 게스트룸, 소파와 침낭, 에어 메트리스 등을 제공했다.
그 다음날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 부부는 한국인 손님들과 미국 프로 미식축구팀 버펄로 빌스가 시카고 베어스를 이기는 모습을 TV로 함께 시청했다.
한국 관광객들은 캄파냐 씨 부부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부엌 찬장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간장, 고추장, 들기름 등 한국 식재료가 구비돼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캄파냐 씨 부부는 평소 한국 음식을 좋아했다. 관광객들은 제육볶음과 닭도리탕을 함께 요리했고 캄파냐 씨 부부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특별한 주말을 보냈다.
관광객 중에는 신혼여행으로 온 최 씨 부부, 인디애나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과 함께 여행온 부모와 서울에서 온 대학생 2명 등이 있었다.
신혼부부 남편 최 씨는 친절한 캄파냐 씨 부부를 만난 일이 "왠지 운명과 같았다"며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착한 분들"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안드레아와 알렉스 부부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돼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깜짝 손님을 맞이한 알렉산더 캄파냐 씨도 "우리는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별한 축복의 시간이었다. 우리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에 잊지 못할 경험 때문에 부부는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이들은 도로 제설작업이 끝난 25일까지 캄파냐 씨 댁에 머물렀다. 차량은 여전히 도랑에서 나오지 못했고 관광객들은 다른 차를 타고 뉴욕시로 향했다. 일부는 이번 주 중으로 예약된 항공편으로 한국에 돌아가지만 최 씨 부부는 뉴욕시에 좀 더 머무를 계획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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