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이민정이 영화 '스위치'로 1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그 사이 결혼과 출산, 육아를 직접 겪은 그가 인생이 뒤바뀐 극중 권상우와 부부 호흡을 맞춘다.
이민정은 29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스위치' 개봉 기념 인터뷰를 통해 영화 안팎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근 독감에 걸려 앓았다는 그는 다행히 컨디션이 회복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새해 첫 개봉 영화 '스위치'가 연말연시를 따뜻하게 데우는 작품이라 그의 마음도 한결 여유롭다.
"독감이 정말 독하더라고요. 이틀동안 죽을 뻔 했어요. 거의 기억이 없을 정도로요. 열이 40도까지 났거든요. 올해도 얼마 안남았고 내년 되면 바로 영화 개봉인데 새해 시작이기도 하고 첫 영화로 우리 영화가 개봉하게 돼서 설레요. 언론 관계자분들도 너무 재밌게 봐주셔서 기대도 되고요. 새해 첫 영화가 잘 돼서 한국 영화 전체가 부흥하길 바라는 맘이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스위치'에 출연한 배우 이민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2.12.29 jyyang@newspim.com |
'스위치'는 새로울 것이 없는데, 묘하게 친근하고 재밌는 영화다. 언론배급시사 이후 '아는 맛인데 맛있다'는 등의 평이 쏟아졌다. 실제로 극중 겪어보지 않은 인생으로 스위치된 박강(권상우)이 겪게 되는 웃픈 상황들은 이미 다른 영화에서 숱하게 다뤘다. 다만 권상우, 이민정, 오정세가 한다는 점이 다르다.
"어느 기자 분이 '누구나 아는 맛인데 맛있다'라고 써주셨는데 그 표현이 좋았어요. 우리 영화가 새로운 장르나 새로운 소재가 아니지만, 늘 먹는 김치찌개처럼 느껴지죠. 다들 그 맛을 아는데도 좋아하니까요. 누가봐도 어떻게 흘러갈 지 아는데 그래도 재밌다고 말씀을 해주시니까 김치찌개 맛집으로 소문이 좀 난다면 좋겠어요."
극중 이민정은 박강의 헤어진 여자친구이자, 스위치 된 인생에선 그와 결혼한 아내로 나온다. 실제 이민정의 아들 또래인 남매를 키우는 설정이다. 하루종일 아이들과 놀아주고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에 '현실 엄마' 이민정의 단면을 고스란히 담겼다.
"결혼하고 애기 낳고 살다보면 다 비슷해요. 실제로 엄마들이 다 비슷하게 살죠. 애들이랑 놀고 정신없고요. 극중 박강이 키즈카페에 가서 '노키즈존 없어요?' 하는 것처럼 저도 가끔은 일부러 커미사러 나가고 싶단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아이들 나이대가 또 저희 애랑 비슷해서 놀아주면서 호흡이 잘 맞았죠.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니까요. 아이들은 약간 어색해하면 기가막히게 티가 나기도 하거든요. 집에 있는 것처럼 촬영할 때도 놀면서 거리감을 좁히고 상우오빠는 몸으로 막 놀아주기도 했어요. 나중엔 세트장이 집처럼 느껴졌죠. 상우오빠는 너무 편해서 그런지 정말 잘 주무시더라고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스위치'에 출연한 배우 이민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2.12.29 jyyang@newspim.com |
특히 이민정은 극중 '스위치' 된 인생 속 수현을 연기하며 오히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음을 고백했다. 어느 정도는 있을법해야 하면서도, 박강이 겪게 되는 일종의 해프닝 속 인물이기에 굳이 현실과 완전히 같을 필요가 없었다. 시크한 아티스트였던 수현이 억척스러운 엄마로 스위치 되는 데 큰 고민이 없었던 이유다.
"엄마였던 부분은 모든 주부들과 엄마들이 공감은 하실 거예요. 그럼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았던 건 일단 상상이나 설정 속이니까요. 현존하는 캐릭터가 아니어도 더 자유로웠던 것도 있어요. 이 캐릭터에 타당성이 있냐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할지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됐어요. 첫사랑 수현이가 애 둘 낳은 와이프로 온다고 했을 때 약간 제 맘대로 해도 되는 거죠. 어떻게 해도 익스큐즈가 되는 부분이 있어서 편하게 촬영했어요. 시크한 아티스트도 사실 결혼하면 똑같아지지 않나요. 계속 시크할 것 같지 않아요.(웃음)"
이민정이 가정과 아이에게 진심인 만큼 남편 이병헌 역시 분담에 여념이 없다. 그는 오늘도 전쟁같았던 아이의 하키대회 신청 과정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고는 "엄마 고마워" 한 마디면 사르르 녹아버리는 행복한 감정을 얘기했다.
"힘들지만 애가 사랑스러우니 행복하죠. 뭐 하나에 막 좋아하고 '엄마 고마워. 이렇게 해서 나 잘 했어' 하면 24시간 내내 정신이 없어도 웃음이 나요. 오늘이 하키대회인데 제가 일이 있을 땐 오빠가 도맡아서 해줘요. 분명히 아빠가 해봐야지 아는 게 있다고 생각하고 분담을 잘 하는 편이에요. 1월 1일에 무대인사인데 2차 대회거든요. 그날도 오빠가 가야겠다 하니까 표정이 아득해지더라고요. 아이가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힘들어요. 결혼 전으로 돌아간다면요? 갈 수 있음 돌아가죠.(웃음) 하루라도 더 많이 놀고 휴가도 많이 가고 아예 한국에 안들어올 것 같아요. 그때도 인생을 충분히 즐기고 잘 쓴다고 생각했는데 더 치열하게 놀고 치열하게 즐겨야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스위치'에 출연한 배우 이민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2.12.29 jyyang@newspim.com |
배우로서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으며 얻은 점도 분명했다. 이민정은 "결혼 전엔 다 내가 위주였지만 아이를 낳은 뒤엔 세상이 확장됐다"고 고백했다. 남편 이병헌이 4년 전 해준 연기적 조언도 그의 연기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거름이 됐다.
"이전에 다 제 위주였다면 아이를 낳고 나서는 세상 자체가 달라졌죠. 책임져야 하는 한 생명체가 있으니까요. 그 책임감에서 오는 감정의 폭과 내가 해내야 하는 모든 것들이 두세배로 넓어졌어요. 배우로서도 장점이 되기도 할 거예요. 사실 대본 이상의 것을 배우가 해도 되는지, 내 맘대로 변주를 해도 될지 저는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었어요. 지문을 쓴 작가의 의도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오빠는 일단 배우가 가지고 놀고 쳐낼 부분이 있다면 빼는 건 감독의 몫이지 않냐. 남편이 심도있게 얘기해준 적이 있었죠. 그때 저만 지금껏 옷을 거꾸로 입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확 와닿았어요. 텍스트에 국한돼서 할 걸 안하면 나 혼자만 손해지 않냐고요. 정말 도움이 됐죠. '스위치'에서도 많이 열어주셔서 편안하게 찍을 수 있었고요."
이민정도 배우로 데뷔한지 벌써 20년을 넘겼다. 처음 배우를 지망할 당시 아버지가 '길거리에 침 한번 안뱉고 살 수 있냐'고 했던 말씀을 떠올리며, 그는 아이 역시 그런 얘길 한다면서 웃었다. 무려 10년 만에 영화를 선보이며 그는 "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 이야기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아버지 말씀이 틀리진 않았죠. 굉장히 엄격하게 지내도 말이 나오지만 그러면서도 가십이 없으면 배우이기 어렵죠. 그 사람 얘기를 하기 좋아한단 얘기니까요. 그 정도 각오가 돼있었는지 앞으로 힘들 거라고 미리 얘기해주신 거죠. 이미 길거리에 침 못뱉는 건 맞거든요. 아이에게도 유명한 게 좋은 거 아니냐는데 좋은 것도 있지만 피곤한 것도 있다고 했어요. 근데 '이미 고학년 누나 형들이 내가 이병헌 아들이라는 걸 알았어' 하더라고요. 아직은 괜찮다고 했어요.(웃음) 드라마도 당연히 좋지만 스릴러나 센 장르 영화를 또 해보고 싶어요. 애가 못보는 거요. 하하. 안해본 게 아직 많기도 하고 여자 배우들 위주의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아주 많진 않아요. 할리우드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거의 세계 공통인 것 같아요. 좀 더 여자들의 이야기가 부각되고 재밌게 다룰 수 있는 작품이 나온다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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