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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플라스틱 방음벽이 키웠다

기사입력 : 2022년12월30일 11:17

최종수정 : 2022년12월30일 11:17

화재·유독가스 취약한 PMMA 소재 사용한 방음벽
안전관리 규정 허점...소방 설비 설치 의무 적용되지 않아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화재의 피해가 확산된 원인에는 열에 취약한 플라스틱 방음벽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3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49분쯤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 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발생한 화재로 5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천=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방음터널 화재사고 현장에 화재차량들이 널브러져 있다. 2022.12.30 pangbin@newspim.com

화재는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발생했으며 불이 방음터널로 옮겨붙으면서 순식간에 다량의 연기와 함께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음터널 안에서 발생한 불이 순식간에 확산된 것을 두고 방음터널에 사용된 아크릴 계열의 플라스틱 수지인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이 꼽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방음터널은 철제 H빔으로 만들어진 구조체에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PC)나 PMMA를 덮어 만들어진다. 화재가 발생한 방음터널에는 PMMA가 사용됐다.

플라스틱류 소재는 불이 붙으면 목재의 다섯배가 넘는 열을 내뿜어 불이 더 빨리 번지게 되고, 유독가스도 함께 발생한다. 특히 PMMA는 다른 소재들에 비해서도 불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이 지난 2018년 발간한 '고속도로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 안전 및 방재 대책 수립 연구'에 따르면 PMMA의 인화점은 280도로 450도인 PC보다도 170도가 낮아 화재 위험성이 더 높았다. 또 다른 플라스틱 소재와 마찬가지로 화재시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외에도 메탄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음터널에 관한 안전관리 규제에도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음터널은 4면이 밀폐된 터널 구조이지만 소방법상 일반 터널로 분류되지 않아 옥내 소화전 등 소방 설비 설치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세진 우송대학교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PMMA 소재의 방음터널은 경인고속도로에 많은 편인데 소음 문제와 시야 문제 때문에 투명 소재가 필요하다보니 많이 쓰인 것 같다"며 "국내에는 방음터널의 화재안전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불연성 소재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기준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제2경인고속도로는 사고 수습과 원인조사를 위해 안양 석수IC부터 성남 여수대로IC까지 구간이 양방향 통제된 상태여서 출근길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화재 현장과 화재가 발생한 집게 트럭등에 대한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krawj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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