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1심 무죄→2심 징역 12년 뒤집혀
대법 "살인 혐의 인정할 객관적 증거 없어"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대법원이 제주 지역 최장기 미제 사건으로 알려진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공범의 살인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2일 오전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 선고 기일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A씨는 제주 지역 조직폭력배 조직원으로 활동하던 1999년 8~9월 성명 불상자의 지시를 받아 같은 해 11월 공범 B씨와 공모해 이승용 변호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방송 취재진을 협박한 혐의도 있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故이승용 변호사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갈무리] 2023.01.11 sykim@newspim.com |
이 같은 사실은 A씨가 본인의 범행을 후배 C씨를 통해 SBS TV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그는 이 방송에 출연해 과거 제주 지역 조폭으로 활동하며 이 변호사의 살인을 교사했다고 주장했다.
2020년 6월 방송 이후 해당 사건의 전면 재수사가 이뤄지자 A씨는 취재진에게 본인이 경찰의 재수사 대상이 된 것은 인터뷰 때문이라며,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취재진에게 생명과 신체에 해악을 가할 것처럼 협박했다. 캄보디아에 불법체류 신분으로 머물던 A씨는 2021년 6월 현지 당국에 적발됐다.
1심은 A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방송 취재진을 협박한 혐의는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폭력범죄단체의 조직원인 피고인이 제3자로부터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해 달라는 사주를 받은 다음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다른 조직원과 공모해 피해자를 칼로 수회 찔러 살해한 것으로 죄질이 무겁다"며 "피고인은 범행 실행에 앞서 2개월에 걸친 피해자 미행과 뒷조사를 통한 정보를 전달받았고 이를 토대로 인적이 없는 장소에서 피해자가 귀가하는 때를 노려 범행을 실행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A씨의 살인 혐의를 증명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이라며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 제보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나 구체적 정황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특히 피고인은 직접 범행을 실행하지 않은 공동정범으로 기소돼 범죄 행위자 각자의 지위와 역할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하는데 객관적 증거나 구체적 정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판결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고인의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췄는지에 관해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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