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자유로운 의사 없이 카드에 대한 점유 상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타인을 기망해 취득한 신용카드를 사용한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명시적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A씨는 지난 2019년 교도소에 수감 중인 피해자 B씨에게 "당신의 항소심 재판을 위해 변호인을 선임했는데 성공사례비를 먼저 줘야 한다. 당신 명의의 신용카드로 먼저 지불하면 카드대금은 금방 갚아주겠다"고 속인 뒤 B씨의 신용카드를 교부받아 30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변호사 선임비 등을 결제하고 후에 카드대금을 줄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여 신용카드를 교부받았음이 인정된다"며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자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부담해줄 것처럼 거짓말하여 신용카드를 받고 이를 개인적으로 사용해 그 죄질이 불량하다"며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징역 4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국민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함에 비춰볼 때 기망으로 취득한 신용카드 부정사용은 신용카드 소유자 또는 점유자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신용카드를 사용한 경우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카드를 사용한 동기 및 경위를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자신의 신용카드 사용권한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카드 사용대금에 대한 피고인의 편취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카드회사나 카드 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의 사용이 부정사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해당 판결에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정한 '기망하여 취득한 신용카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교도소에 수용 중인 피해자를 기망하여 신용카드를 교부받은 뒤 약 1개월 간 총 23회에 걸쳐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기망당함으로써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지 않고 이 사건 신용카드에 대한 점유를 상실한 반면 피고인은 사실상 신용카드에 대한 처분권을 취득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이 사건 신용카드는 소유자인 피해자를 기망하여 취득한 신용카드에 해당하므로 이를 사용한 피고인의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죄에 해당한다"며 "원심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신용카드 사용권한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