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CES 2023 현장 인터뷰
"현장에서 글로벌 트렌드 배워야 맞는 정책 나와"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지방자치단체장이나 해당 부처 장관들은 이런 거(CES)를 와서 봐야 된다. 전체적인 트렌드가 어떻고 우리의 포지션은 어디 있는지. 우리 포지션을 알아야 어떤 곳을 가고 안 갈건가 판단할 수 있다. 또 트렌드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지속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봐야 한다."
[라스베이거스=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3.01.12 catchmin@newspim.com |
이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 2023이 열려, 전세계 첨단 기업들이 기술력을 뽐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정책 입안자들이 글로벌 기술 전시회 등에 와서 현장 트렌드를 느끼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포지션과 글로벌 트렌드 배워 정책 반영해야"
삼성전자 재직 시절부터 꾸준히 CES를 방문하고 있는 이 전 처장은 인터뷰 시작부터 정치인과 장관들이 많이 안 온 것을 지적했다. 그는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와서 모빌리티나 스마트시티 등의 트렌드를 느끼고 갔을 거다"라며 "다른 장관이나 지자체장들도 와서 보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포지션과 글로벌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봐야 그에 맞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며 "국가는 큰 틀에서 산업계의 다음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지원해야 한다"며 "지금 한국에 '새로운 무엇'이 있나. 국가는 이런 방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말을 하는 지도자도 없고, 산업의 내일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가가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관련 부처 장관이나 정치인, 지자체장 등이 CES와 같은 행사에 많이 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결성 강조한 삼성의 스마트싱스, 플랫폼 장악력 떨어질 가능성도
이 전 처장은 예년과 다르게 큰 혁신은 없지만 삼성처럼 소비자 중심으로 제품을 바꿔가는 모습이 보인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넥스트'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는 CES 현장서 '초연결'을 주제로 한 대규모 부스를 꾸미고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고객 경험을 더욱 정교하게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위해 스마트싱스 생태계 또한 개방과 협업을 통해 확장해 연결되는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나간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처장은 사물인터넷(IoT)은 오래된 얘기라며 20년 전 미국 통신회사가 삼성에서 만드는 모든 가전제품에 IoT 센서를 넣어달라고 요청한 게 이제야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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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전은 고가화·프리미엄화밖에 갈 길이 없어 한계가 왔고, 소프트웨어로 가는 방법이 등장한 것"이라며 "살아남기 위해선 통합화와 이지투유즈(Easy To Use)가 필요하고 작동이라는 단어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혁신처장은 삼성전자가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선도하기 시작하더라도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오면 삼성의 플랫폼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짚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싱스 구현에 이용하는 홈커넥티비티얼라이언스(HCA)는 대형 가전 업체 제품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다양한 가전업체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글로벌 사물인터넷(IoT) 표준인 '매터'도 이용하고 있다.
그는 "(타 업체들이 들어왔을 때) 한국 기업들이 플랫폼은 되지만 변방 국가로서의 문제인 '플랫폼 장악력'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발주자로 야심차게 스마트싱스 대중화에 성공하더라도 글로벌 유수 기업들에게 우위를 뺏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도 관련 우려가 속출하는 상황. 다만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고객의 편리함'이 우선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현장서 지난 7일(현지시간) 진행한 간담회에서 이런 우려에 대해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쓰든 연결해 소비자의 삶이 편리해지고 소비자들이 새로운 가치를 얻는다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드론은 많이 발전했지만 UAM은 제자리"...제도적 뒷받침도 필요
이 전 처장은 올해 CES에서 도심항공교통(UAM)의 청사진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고도 전했다.
그는 "드론이 4년 전에 시작돼 이제 정점에 왔듯이 UAM의 시대도 올 때가 됐는데 이번 행사에선 UAM의 모습을 많이 찾을 수 없었다"며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이런 행사에 방문해 (관련 제도를) 준비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처장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법과 규제가 필요한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더 힘든 규제를 내놓기에 앞서 사전에 막아주는 낮은 규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정부가 2025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지적으로 보인다.
그는 "CES에 550개의 한국 기업이 참여하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규제가 너무 많다.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CES 같은 행사에 방문해 전체적인 트렌드와 우리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가능성을 열어주는 법, 열어주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전 처장은 기술의 혁신은 이제 거의 한계점에 도달했다며 새로운 것(What's New)'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의 내일을 얘기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게 정부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전시장을 보면 4~5년전 일본 기업들이 보는 그림과 겹쳐 보일 때가 있다"며 "대기업들이 이번에 내놓은 탄소중립 등 새로운 그림대로 구현하기 굉장히 어려울 텐데 그대로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catch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