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가능성 높아...규모의 경제 달성 목적인 듯"
메모리 시장 성장 둔화...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무게중심 옮겨야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낸드플래시 시장 2위와 4위 사업자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 합병설이 돌며 업계에선 양사의 합병이 다시 한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불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업황이 꾸준히 악화되는 상황, 양 사 합병설을 계기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경각심을 갖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힘써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사 시장 점유율 단순합산시 33.2%...합병 가능성도 높아
미국 반도체 업체 웨스턴디지털. [사진= 로이터 뉴스핌] |
17일 업계에 따르면 키옥시아와 WD는 합병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매출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31.4%), 키옥시아(20.6%), SK하이닉스(18.5%·솔리다임 포함), WD(12.6%) 순이다.
양 사의 점유율이 낮지 않은 만큼, 합병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낸드 플래시 시장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양 사 합병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지만,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부인 솔리다임을 인수한 선례도 있어 가능하다고 본다"며 "현재 키옥시아와 WD가 공장도 같이 쓰고 있는 만큼 충분한 협력관계를 갖추고 있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재 양사는 일본에서 합작법인 형태로 낸드 공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 낸드플래시가 D램보다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이런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형준 차세대 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메모리 반도체 업종은 유독 경기에 민감하고, 더불어 위기가 오면 재고를 쌓아놓고 판매하는 업종이다 보니 부침이 많다"며 "메모리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몸집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 둔화..."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시장 새 길 열어야"
업계에선 키옥시아와 WD 합병설을 계기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90년대에 시작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연구가 30년 이상 진행됐지만 진전이 없는 상황에, 계속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유지된다면 과거 D램 시장에서 일어난 치킨게임이 다시 발발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차세대 메모리의 향방이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 현재까진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들이 수익성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양 사 합병 가능성과 별개로 이런 합병설을 계기로 삼성과 SK 등 국내 기업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초격차 전략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양 사의 합병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이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위기'라고 해석하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욱 느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진 메모리 기업들이 합종연횡하며 M&A도 고려하고 있겠지만, 이제 수익을 더 창출할 수 있는 쪽으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무게 중심을 옮기는 것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catch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