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99% "난방비 부담…정부 지원 촉구"
중기부 "에너지는 산업부, 재정은 기재부 소관"
정부 기조는 '취약계층 지원'이라 쉽지 않을 듯
[세종=뉴스핌] 이태성 기자 = #삼계탕 가게를 운영 중인 A씨. 지난달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에너지요금이 작년보다 1.5배나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기존 50~60만원 정도 나오던 LPG요금은 100만원으로 올랐고 전기요금도 60~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랐다.
A씨 말고도 '난방비 폭탄'을 경험을 했다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영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부분이라 정부가 요금보조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입장인데, 담당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예산권은 기획재정부에 있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소상공인 40.2% "난방비 10~30% 올라"
2일 소상공인연합회는 '난방비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긴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총 1811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난방비용이 '부담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99%에 달했다.
전년 동월 대비 매출 변동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5.1%가 '감소했다'고 답한 반면, 같은 기간 난방비 변동을 묻는 질문에는 96.9%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난방비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긴급 실태조사 [자료=소상공인연합회] 2023.02.02 victory@newspim.com |
난방비 증가 수준은 10~30% 올랐다는 비율이 40.2%로 가장 많았다. 2배(100%) 이상 늘었다는 비율도 6.4%에 달했다.
특히 숙박·욕탕업 분야의 난방비 부담 정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난방비가 '매우부담'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숙박업은 98.5%, 욕탕업은 90%로 타 업종에 비해 높았다.
여기에는 업장운영비 중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변동비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인 경우가 숙박업은 37.4%, 욕탕업은 40%에 달해 평균치인 17.1%를 크게 웃돌았다.
◆ "중기부가 에너지 사용 실태부터 파악해야"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가스와 전기는 소상공인 영업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물가 상승 요인이기도 하다"며 "정부가 긴급 에너지 바우처 편성 등의 방법으로 에너지비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어 "코로나19 당시 소상공인을 위한 긴급대책으로 30~50%의 전기요금 할인과 도시가스 요금납부 유예를 지원한 적이 있다"며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거를 법제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소상공인에 대한 난방비 지원에 대해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간 정부의 난방비 대책 기조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집중된 데다가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시내 주택가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 2022.10.28 mironj19@newspim.com |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 관계자는 "에너지 부분은 산업부가, 재정이 들어가는 건 기재부와도 연관이 있다"며 "정부 내에서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관계기관과 소통하고 있기는 하지만, 에너지 복지 차원의 정책 지원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취약계층 이외에 대한 지원은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1일 동절기 난방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추가 지원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의 소상공인 난방비 지원책 마련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지원 의지가 있다면 중기부가 먼저 현황 파악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기존 예산으로 할 수 있는 건 이미 대책으로 모두 나왔다"며 "소상공인에 대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면 에너지 사용 실태를 파악하는 등 소요제기부터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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