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사업부 중심으로 5G 사업 몰두
'업계 1위 잡아라'...대중 제재 틈타 화웨이 제치는 시나리오도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통신사업 육성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5세대이동통신(5G)을 넘어 6세대이동통신(6G)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 미 상무부가 글로벌 통신장비 1위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부품 공급을 통제하는 등 중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삼성전자가 5G 통신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키울 수 있다는 업계 기대감도 상당하다.
◆2011년부터 통신사업에 '관심'...2018년부터는 장비 수주에 몰두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2주간의 장기 해외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2.09.21 yooksa@newspim.com |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일본 이동통신사업자 KDDI의 5G 단독모드(SA) 코어 솔루션 공급사로 선정됐다.
코어 솔루션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데이터 트래픽의 인터넷 연결을 위해 기지국과 연동해 단말 인증, 고객 서비스, 서비스 품질 관리 등을 제공하는 5G 핵심 인프라다. 특히 한 번 도입이 되면 교체 주기가 길어 신규 공급자의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통신 서비스 품질과 기술력을 중시하는 일본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입증하면서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입지를 더 빠르게 확장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의 통신사업에 대한 열정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지난 2011년부터 5G 기술 연구 전담 조직인 '차세대 통신 연구개발 조직' 신설을 지시하고 무선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에 분산된 통신기술 연구 조직을 통합해 5G 사업을 전담하는 '차세대 사업팀'으로 조직을 확대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동통신 사업에 힘을 싣고자 헨릭 얀슨 에릭슨 상무를 네트워크사업부 산하 신사업전략 태스크포스(TF) 장으로 임명했으며, 에릭슨 출신인 조미선 상무도 함께 영입해 신규 사업 발굴을 담당토록 했다. 앞서 지난해 말 인사에선 김우준 디바이스경험(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팀팀장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본격적인 통신장비 계약은 2018년부터 진행됐다.
지난 2018년 그는 일본의 굵직한 통신기업인 NTT도코모, KDDI와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고 2019년엔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대통령과 5G 관련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같은 해엔 KDDI와 5G 장비 계약에 성공했으며 2020년엔 미국 US셀룰러, 뉴질랜드 스파크, 캐나다 텔러스와 신규 통신장비 수주 계약에 성공했다. 또 미국 버라이즌으로부터는 7조9000억원 규모의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따냈다.
2021년엔 NTT도코모와 장비 직접 공급 계약을 맺고 5G 이동통신 기지국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엔 미국의 디시네트워크와 컴캐스트에 5G 장비를 공급키로 했다.
◆AI·통신, 차세대 주요 먹거리...미국의 대중 제재 상황 속 통신장비 입지 확대 기대감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2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결정했다. 2022.10.27 hwang@newspim.com |
전문가들은 이처럼 이 회장이 5년간 쉼 없이 통신 시장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에 커지는 장비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 차세대 데이터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복안이 있다고 해석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은 자체 네트워크 사업부를 가지고 있고 지난 2009년 CDMA 상용화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통신 강국으로 만드는 데 기여해왔다"며 "5G가 현재 멈칫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SA나 특화망 등 여러 부분을 고려했을 때 통신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챗GPT(Chat GPT)등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이 시점, AI와 통신이 차세대 주요 먹거리라는 점을 인식하고 빠른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한편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틈타 중국 제품을 제치고 삼성전자가 통신 장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그간 5G 통신 장비 시장은 화웨이와 그 외 기업들로 양분돼왔다. 2021년 기준 화웨이의 글로벌 5G 시장 점유율은 28.7%로, 2위 스웨덴 에릭슨(15%)의 2배 수준이었다.
다만 미국 행정부가 중국 기술 업체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5G 장비 시장의 지각변동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은 자국 기업들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수출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보통신 전문가는 "민감한 주제이긴 하지만, 과거엔 화웨이 장비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통신 시장에서 파이를 키워가고 있었는데 현재 미중 무역분쟁 때문에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부분을 기회로 삼고 중국 제품에 대한 견제가 심할 때 통신 장비 시장을 장악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catch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