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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도 큰 관심,부산 '무라카미좀비'에서 놓치면 안될 것들

기사입력 : 2023년02월14일 03:48

최종수정 : 2023년03월14일 21:18

현대의 불안,기형적 동시대 문명 '좀비미학'에 녹여
초기작에서 최신작까지 부산시립미술관 왔다
누적관람객 10만명.. 4월16일까지 연장

[부산 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이우환 화백(87)의 초대로 일본 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61,村上隆)가 바다의 도시 부산에 왔다. 부산시립미술관(관장 기혜경)은 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대규모 개인전을 1월말 개막했다. 미술관 단지에 이우환을 기리는 상설전시관인 '이우환공간'이 생긴 이래 안토니 곰리, 빌 비올라 등 세계적 거장의 전시가 '이우환과 그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열렸고, 올해는 무라카미가 초대된 것.

[서울 뉴스핌] 무라카키 다카시 '히로폰, 나, 그리고 나의 외로운 카우보이'.2009 ©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3 art29@newspim.com

'이우환과 그 친구들'은 이우환 작가와 장르는 다르지만 현대미술사의 중심에서 예술관을 공유하는 작가들을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공간에서 함께 조명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이번에 네 번째 작가로 무라카미 다카시를 소개한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 '미래소년 코난'을 보고 자란 무라카미는 '세계에 필적할 만한 일본미술은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가슴에 품고, 도쿄예술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리곤 일본 대중문화를 고급 예술에 과감히 대입시켜 새로운 유형의 현대미술을 제시했다. 고상한 상위문화든, 저급한 하위문화든 예술 안에서 만나고, 섞이면 구조적으로 모두 평평해진다는 '슈퍼플랫' 개념을 창안해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무라카미 다카시의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중 '귀여움' 주제의 제 1전시실 전경.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3 art29@newspim.com

'Japan 팝'으로 일컬어지는 그의 만화에 기반한 작업은 럭셔리 패션브랜드인 루이 비통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폭발하듯 유명세를 탔다.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크 제이콥스가 그에게 협업을 제시하자 무라카미는 칙칙한 모노그램에 알록달록 색을 입히거나, 브라운색의 모노그램을 화이트로 180도 바꿔놓는 '멀티 모노그램'을 제안했다. 그의 예술적 제안은 루이 비통을 '젊고 새로운 브랜드'로 각인시키며 대중의 사랑과 함께 매출도 훌쩍 끌어올렸다. 동시에 작가 자신도 글로벌 미술계에서 인기작가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 부산시립미술관에서의 작품전은 너무나도 유명한 그간의 스토리와는 궤를 달리 한다.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라는 타이틀로 막을 올린 이번 전시는 지금껏 대중에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던 초기작을 비롯해 회화, 대형 조각, 설치, 영상 작품 등 대표작 160점이 네가지 섹션으로 구분돼 나왔다. 따라서 대규모 회고전 형식이 됐다. 톡톡 튀는 초기 만화적 작업에서부터 신랄하고 기괴한 최근작까지 작가의 작업세계 변화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 뉴스핌]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자신의 개인전에서 포즈를 취한 무라카미 다카시. 인스타그램 @takashipom. 2023.02.14 art29@newspim.com

이번 작품전은 스펙타클한 규모도 규모이거니와 당대 정점을 달리는 유명작가라는 명성, 작품의 완성도, 작업이 품고 있는 파급력으로 부산 뿐만이 아니라 서울및 수도권, 아니 전국적으로 큰 화제를 뿌리고 있다. 미술애호가들 사이에 "놓쳐선 안될 전시"로 입소문이 나며 미술관에는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긴 줄이 서고 있다. 물론 해외에서 그의 전시를 이미 본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나 한국 땅에서 본격적으로 무라카미의 작품이 망라되는 회고전은 당분간 쉽지 않을 듯하다. 문제는 매머드한 블록버스터 이벤트임에도 전시기간이 약 석 달반 남짓이라 주말에는 관람객이 크게 몰린다는 점이다. 조금이라도 덜 복잡한 환경에서 전시를 즐기려면 평일, 그리고 오전을 택하는 것이 좋다.

전시는 무라카미 예술의 요체인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의 미학과 함께 '좀비미학'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작가의 시그니쳐 캐릭터인 'DOB'(도브), '탄탄보'와 디지털 복제인간 캐릭터인 '아바타NFT', 그리고 증강현실(AR)로 만나는 무라카미좀비 AR까지, 그의 캐릭터가 선보이는 과장된 형상('기괴함') 속에서 느껴지는 어떤 슬픔('덧없음')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를 통해 위기상황에 맞닥뜨린 인류의 현재와 불안한 미래, 기형적인 현대 문명을 돌아보게 한다. 

[서울 뉴스핌] 무라카미 다카시,'탄탄보:감은 눈으로도 볼 수 있는 불꽃과의 조우'. 2014. 리움 컬렉션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4 art29@newspim.com

일본의 대중문화, 특히 만화의 속성인 '귀여움'과 '도발성'을 데뷔이래 작품에 적극적으로 녹여냈던 무라카미는 근래에는 '좀비미학'을 작업에 대입하는데 골몰해 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그의 작업은 크게 달라졌다. 기존의 '기괴함'에 마치 추진로켓이 장착된 듯하다. 이번 부산 전시에는 그가 지난 10년간 시도한 '무라카미좀비'의 다양한 작업들이 나왔다.

2층 전시실 초입에 조성된 '귀여움' 섹션에는 작은 간판이 공중에 매달려 있고, 바닥에는 붉은 색으로 '도보지테(왜) 도보지테(왜) 오샤만베'라는 텍스트가 새겨져 있다. 의미없는 단어의 조합같지만 무라카미는 데뷔 초부터 '왜(Why)'라는 질문을 달고 살며, 일본의 서브컬처를 현대의 조형언어에 결합하는 실험을 거듭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무라카미 다카시 'DOB'시리즈. 2012~2014.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4 art29@newspim.com

귀여움의 상징인 도라에몽과 슈퍼소닉 이미지를 합성한 'Mr. DOB'는 무라카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캐릭터다. 사랑스런 눈과 귀, 매끈한 평면 등 '카와이(귀여움)' 캐릭터가 갖춰야 할 요건을 모두 갖춘 'DOB'는 향후 작가의 시그니처이자 로고, 분신이 됐다. 이 때부터 무라카미는 페인팅에 전격적으로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후배 작가들과 프로덕션 팀을 만들어 눈이 부실정도로 반짝이는 표면을 구현하기 위해 실크스크린 판을 적게는 몇십 개, 많게는 몇백 개까지 올려가며 극도의 정교함을 추구했다. 모든 공정을 철저하게 체계화하고, 한치 오차도 없는 세밀함을 추구하는 그의 페인팅은 엄청난 물감의 층들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무라카미의 출세작이자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둔 'DOB'연작과 함께 1995년부터 시작된 '꽃'시리즈가 첫 섹션의 벽과 바닥을 온통 채웠다.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시실이다. 그리곤 귀여움과 기괴함이 공존하는 '탄탄보'(Tan Tan Bo)'시리즈가 이어진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무라카미 다카시, '프란시스 베이컨에 대한 오마주'. 삼면화. 2018.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4 art29@newspim.com

빅뱅의 지드래곤(권지용)이 소장하고 있는 '727 드래곤'(2018)이 탄탄보 코너의 첫 작품으로 내걸렸다. 변형된 'DOB'캐릭터와 12세기 일본의 유명한 시기산의 전설 '에마키'에서 영감을 받은 구름을 결합한 회화다. 전통 일본화의 배경처럼 회색 바탕에 장중한 구름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런데 화면 중앙에 만화 캐릭터인 'DOB'가 입을 쫙 벌리고 등장한다. 신비의 동물인 용이 어울릴 법한 화폭에 뜬금없이 현대 캐릭터라니. 반역에 능한 작가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평평한 구조로 재해석한 슈퍼플랫의 정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무라카미 다카시, '미스 코코'. 1997. 무라카미 다카시의 가장 잘 알려진 캐릭터 중 하나인 미스 코코는 오타쿠 문화의 그림과 조각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과장된 여성상이다. 일본의 대중문화뿐 아니라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하려는 세계적인 강박관념을 드러낸 작품이다.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4 art29@newspim.com

그 뒤편에 걸린 두 점의 '탄탄보' 회화는 귀여우면서도 괴물성을 드러낸다. 무라카미는 일본 인기만화 속 요괴들에서 영감을 받아 'DOB'를 '탄탄보'로 변형시켰다. 귀여움의 요소였던 커다란 눈은 회오리를 치거나 동심원을 그리며 흔들린다. 한편 가로 7m가 넘는 '스파클 탄탄보'와 '스파클-생각이 나는 순간'에선 더 충격적으로 변한다. '탄탄보'의 입과 귀에서 무언가가 뿜어져 나오고, 폭발한다. 고통이자 대혼란이다. 화면 하단의 카이카이는 "탄탄보, 너 괜찮아? 근데 지금 세상이 엉망이지 않나요? 전세계적으로 분쟁의 불씨와 지진과 태풍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시커먼 블랙홀들이 화폭을 덮치며 현대인류가 직면할 재앙을 예고한다.

그런데 무라카미는 화면 전면에 괴물로 변한 탄탄보의 끔찍스런 장면을 폭포처럼 그려낸 뒤, 매혹적이고 귀여운 캐릭터도 함께 배치했다. 사회는 몰락의 길로 치닫고 있는데도 개인은 여전히 안온한 집단환상에 빠져 있음을 표현한 것. 이렇듯 그의 작품은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고, 선과 악,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현대 사회의 이중성을 암시한다. 만약 당신이 이번 전시를 찾았다면 무라카미가 드러내고자 한 이 시대의 혼돈과 양가적 이중적 측면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좀비와 폼 좀비'. 2022. 자신의 형상과 애완견 '폼'에 좀비 이미지를 투영시킨 신작 설치미술이다.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3 art29@newspim.com

이어지는 '기괴함'과 '덧없음' 섹션에서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점으로 작업에 큰 변화가 온 무라카미의 작업세계를 접할 수 있다. 인간의 힘으로 감내할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을 겪고 난 후 인간의 무력함과 생명의 덧없음, 예술의 역할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투영된 작업들이다.

무라카미에게 '기괴함'은 괴기성과 아울러 우스꽝스러움을 포함한다. 기존의 것에 대한 변형과 부조리한 것, 아이러니, 왜곡, 패러디, 풍자, 비하를 통한 우스꽝스러운 형상을 모두 합친 개념이다. 그의 '히로폰'(1993)은 발표 당시 논란이 많았다. 오타쿠 문화에 드리워진 과도한 성적 욕망, 무기력, 미성숙 등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부정적 면모를 전면에 드러내고, 이를 긍정하는 도발적인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뜨거운 비판이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신작 '클론X × 무라카미 다카시'(2022)는 작가가 디자인 스튜디오 RTFKT와 협업으로 만든 아바타 NFT프로젝트의 실사판이자 가상 아바타의 물질화다. 그의 아바타들은 디지털로 복제된 인간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NFT기반 게임, AR필터, 줌 회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활성화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무라카미 다카시 '원상_각성' 2015(왼쪽). 'Zen_EN, SO 플래티넘' 2018.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그로테스크 미학은 무라카미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동일본 대지진 충격에서 비롯됐다. 그 이전까지 무라카미는 오타쿠, 서브컬쳐, 귀여움, 가벼움 등 팝아트적 요소에 몰두해 있었으나 지진 이후 전통, 종교, 죽음, 철학으로 주제가 바뀌었다. 지극히 대중적, 상업적이었던 작업이 '인간의 무력함과 예술의 가능성'을 묻는 진중한 쪽으로 선회한 셈이다.

'귀여움' 섹션에서 거세된 일본 대중문화의 전형을 드러냈다면 '기괴함' 섹션에선 재앙에 휩쓸린 현실을, '덧없음'에서는 불분명하고 비극적인 미래를 드러낸다. '덧없음'섹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무라카미 좀비와 폼 좀비'(2022)다. 좀비로 변한 작가 자신과 애완견 '폼'을 3D프린팅으로 입체화한 이 작품은 위기상황 속 '생존에 대한 강박'을 암시한다. 끔찍한 좀비 형상에서 짠한 슬픔도 느껴진다.

한편 이우환공간에서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원상' 시리즈를 소개한다. 한 획으로 긋는 동그라미이자 마음과 정신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수행의 표본이라는 뜻을 담은 '원상' 시리즈는 이우환의 작품과 철학적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우환공간에서 펼쳐지는 두 예술가의 명징한 추상작업을 비교 감상하는 시간도 가져봄직 하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실물 작품을 감상하는 것 뿐 아니라 AR(증강현실)도 체험해볼 수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와 SNOW가 무라카미 작품을 기반으로 협력해 제작한 7종의 AR이 전시장 곳곳에 설치돼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무라카미 다카시 '아미타 내영도'.2016.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3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은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의 대중문화를 세계 예술계에 대입시킨 '슈퍼플랫'으로 예술적 도전을 시작해 기괴함, 덧없음을 거쳐 근래엔 마음과 정신의 수행으로 옮겨져왔다. 이번 부산 전시는 'DOB' 캐릭터로 시작해 마지막은 블교적 작품인 '아미타 내영도'로 끝난다. 길고 긴 윤회를 끊어내고,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부처를 중심에 놓은 초월적 작품이 엔딩이다. 달콤하고 화려하며 기괴한 작업을 돌고 돌아, 그가 이제는 거울 앞에 섰다고 할까. 작가가 펼쳐놓은 다양한 레이어와 미학을 관람객들이 두루 느꼈으면 한다. 이번같은 회고전, 다시 접하기 어려우니 말이다"라고 밝혔다.

유치하고 키치적인가 하면, 기괴하니 환상적이고, 반짝이는 듯하면서도 암울하고 슬픈 작품을 부산시립미술관에 야무지게 풀어놓은 무라카미 다카시. 이 대혼돈의 시대에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나" 자문하는 작가를 만나볼 시간이다. 그가 한국의 리움 미술관과 지드래곤, 탑(최승현)은 물론 전세계 컬렉터로부터 빌려온 작품들과 일본의 스튜디오에서 공수해온 평면, 조각, 설치, 영상(90분짜리 영화)은 일단 '역대급'이니 말이다. 작품 속에 꼭꼭 숨겨놓은 이런저런 텍스트와 암호같은 그림, 심지어 벽면을 가득 채운 길고 긴 전시참여자 명단(Acknowledgement)까지 찬찬히 둘러보면 흥미로운 구석들 또한 많다. 이번 전시는 평일에는 평균 2500명, 주말에는 4000명이 관람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에 미술관측은 전시를 한달간 연장해 오는 4월16일까지 개최한다.월요일 휴관.무료관람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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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0일 2차 소비쿠폰 기준 나온다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행정안전부가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기준을 이르면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상위 10% 구분 기준은 부동산 및 금융소득 등을 살펴 이달 중 기준 수립 준비에 나선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에서 열린 민생회복 소비쿠폰 간담회에서 "9월 10일 정도에 2차 (소비쿠폰) 기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실장에 따르면 2차 지급 기준 준비는 이달 중 시작된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을 만나 기준을 짜야 한다"며 "2021년 사례를 보면 1인가구는 특례를 가산했고, 맞벌이가구는 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인턴기자 = 한국신용데이터(KCD)가 4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카드 매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자영업자 매출 증감률은 전주 대비 평균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매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5.08.04 ryuchan0925@newspim.com 한 실장은 "고액 자산가인데 건보료만 적게 내는 경우도 있다"며 "(행안부의) 부동산 데이터나 국세청 금융소득 데이터를 활용해 직장 가입자 중 고액 자산가를 선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소비쿠폰 지급 현황에 따르면 전체 신청자는 4818만명으로, 전체 지급대상자의 95.2%가 신청을 마쳤다. 지급액은 8조7232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용 현황은 신용·체크카드 지급액 5조8608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3조404억원(51.9%)이 소비됐다. 이날 처음 공개된 지역별 신용·체크카드 소비율을 보면 서울보다 지역이 높은 편이었다. 제주가 57.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인천 54.7%, 울산 54.6%, 광주 54.5%, 충북 54.1%, 대전 54.0%, 부산 53.7% 등이었다. 한 실장은 "비수도권에 3만원·5만원 더 준 부분도 있지만, 지역 영세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져 의미 있는 숫자"라며 "10%포인트(p) 차이는 아니지만 2~3%p라도 높은 것은 그만큼 비수도권이 어려웠다는 방증이자 (소비쿠폰이) 사용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2차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예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실장은 "사업 전체 13조9000억원 가운데 1조8000억원만 지방(예산)이고 나머지 12조1000억원가량이 국비다"라며 "(국비에서) 8조1000억원을 먼저 내렸고, 기획재정부 협조를 구해 이달 중순 정도에 4조1000억원을 조속하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료=행정안전부] 2025.08.08 sheep@newspim.com 한 실장은 "(소비쿠폰 2차 지급에 앞서) 지방채 발행이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니고 충분조건 정도 될 것"이라며 "(지방재정법 통과는) 9월 본회의까지 하도록 목표를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는 민생쿠폰 관련 연구용역 예산 2억원도 담겼다.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한 효과를 철저하게 분석한다는 취지다. 한 실장은 "민생쿠폰 추경에 연구용역비 2억원이 담겼다"며 "과거 2020~2021년 효과가 있냐 없냐 등 많은 비판이 있었다. 연구 용역을 제대로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정책연구원이나 KDI 등과 연구한다는 것이 행안부 현재 계획이다. 행안부는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이날 밝혔다. 그간 도서산간지역 소비쿠폰 사용처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한 실장은 "면 단위에서 동네에 마트 등이 전혀 없는 경우가 있어 하나로마트 121곳에서 현재 사용 가능하다"면서도 "현장을 가 보니 마트가 있어도 너무 영세해 고기나 채소 등 신선식품을 사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현재 시장·군수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고 있고, 빠른 시일 내로 하나로마트 사용처를 추가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또 "추가 소비 진작 대책을 관계부처와 많이 만들고 있다"며 "행안부는 수도권 기업, 공기업, 관공서 등과 비수도권 간 자매결연을 맺는 소비진작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sheep@newspim.com 2025-08-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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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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