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글로벌 주요 화장품 브랜드의 지난해 성적표가 공개됐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실적 성장세가 둔화하거나 역성장했다.
일본 화장품 제조기업인 시세이도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1조673억5500만 엔(약 10조2510억원), 순익은 342억200만 엔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 증가한 것이지만, 순익은 27.1% 감소했다.
매출과 순익 부진은 중국 시장 매출 감소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시셰이도의 중국 시장 매출은 전체의 24.2%로, 본국인 일본의 22.3%를 웃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시장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2582억 엔에 그치면서 순익 감소를 초래했다. 중국 시장 매출이 감소한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의 다국적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에스티로더의 2023년 회계년도 2분기(2022년 10~12월)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46억2000만 달러(약 5조8560억원), 순익은 3억94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64% 급감한 것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태평시장 매출이 17.46% 감소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로레알의 경우 지난해 매출과 순익 모두 플러스 성장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5% 늘어난 382억6000만 유로(약 52조770억원), 순익은 24.1% 증가한 57억 1000만 유로였다.
다만 중국과 일본,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매출 증가세는 둔화했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 매출 증가율은 5.5%로 5대 시장 중 최저를 기록했다.
[사진=바이두(百度)] |
중국 시장 매출 부진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것이다. 얼스이스지징지바오다오(21世紀經濟報道)는 13일 아모레퍼시픽 차이나 위젠(於劍) 총경리를 인용해 "화장품 업계뿐만 아니라 요식업 등 다른 업계도 전염병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지난해 4조49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6% 감소한 것이다. 영업이익 역시 23.7% 줄어든 2719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의 60%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주력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판매가 위축됐고, 그로 인해 중국 시장 매출이 30%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로레알의 주력 브랜드 중 하나인 메이블린 역시 왓슨스에만 전용 코너를 남겨두고 단독 매장은 전부 철수, 온라인으로 판매 채널을 옮겨갔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시장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나타날 소비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위젠 총경리는 "일시적인 실적 둔화를 비관하지 않는다"며 "중국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브랜드를 론칭, 중국의 거대한 시장잠재력을 발판 삼아 장기 발전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후지와라 켄타로 시세이도 중국법인 대표는 지난해 7월 시세이도 창립 150주년 기념 행사에서 새로운 중국 성장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에 계속해서 투자할 것"이라며 중국에 글로벌 제2대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고 신규 브랜드를 출시함으로써 뷰티 신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레알은 지난해 5월 중국에 투자회사 '상하이 메이츠팡(美次方)'를 설립했다. 상하이 메이츠팡을 통해 뷰티 기술 혁신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5개월 뒤인 10월에는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에 기업 최초의 스마트 운영 센터를 설립했다. 스마트 운영 센터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중국 법인의 'D2C(제조업체가 중간 유통 단계를 제거하고 온라인몰 등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 물량을 3배로 늘릴 것이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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