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가다듬는 러, 1주년 맞춰 대공습 단행할 듯
'남북한식 시나리오' 제기되나 타협 어려울 듯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24일(현지시각)이면 1년이 된다.
사흘이면 수도 키이우가 함락될 것이라던 당초 관측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자국민들의 끈질긴 저항과 서방국 지원에 힘입어 수도를 지켜냈고, 지금까지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정권을 제거하고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부'를 세운다는 목표를 포기한 러시아는 이후 동남부 점령지 굳히기에 주력했다.
작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주를 두고 양측은 일진일퇴의 공반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올 봄 전면전 이후 평화협상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양측이 평행선을 이어갈 경우 수 년에 걸친 장기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3.02.20 kwonjiun@newspim.com |
◆ 1주년 맞아 전면전 가나
오는 24일 전쟁 발발 1주년을 앞두고 러시아는 전세를 가다듬고 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올 봄 대공습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4일 바흐무트로 향하는 관문인 솔레다르를 점령해 후속 공격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러시아는 최근 반격의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를 준비 중이란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그 반대"라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가 더 많은 군대와 무기, 더 많은 전력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대공세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늦지 않게 더 많은 무기가 도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러시아는 국경지대에 전투기와 헬리콥터 등을 전진 배치했는데, 이 역시 이번 봄 대공세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번 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공격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혀 반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나라들은 현재 탱크 운용을 위해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키고 있으며, 독일 탱크가 3월 말께 가장 먼저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다.
◆ 협상보단 장기전 가능성
올 봄 양측이 전면전에 돌입한다고 해도 어느 한 쪽의 완벽한 승리는 불가능에 가까우며, 결국은 양측이 타협해야 하겠지만 이 가능성 역시 요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략소통보좌관을 지낸 올렉시 아레스토비치는 지난 6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토 무기로 무장한 약 40만명의 잘 훈련된 군인이 있어야 점령지 수복이 가능하나 이는 가까운 시일 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레스토비치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남북한처럼 분할하는 '남북한식 시나리오'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안전보장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세우는 게 현실적 목표일 수 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한국식 시나리오를 언급하며 "희망사항이긴 하나, 이는 현장서 전개되는 현실을 인정하는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6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토를 건 타협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고렌버그 미 해군 분석 센터 선임연구원은 "한국처럼 휴전할 가능성이 있지만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결국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으로 수 년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도 16일 F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너뜨리지 못하고,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군을 올해 모든 점령지에서 쫓아내기는 아주 어렵다고 지적해 장기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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