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잉 칭화대 주임 중국매체에 기고
[서울=뉴스핌] 조용성 기자 = 중국의 여성 외교부 부부장(차관)으로 전 세계 외교가에 명성이 높았던 푸잉(傅瑩)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 주임이 현지매체에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됐던 뮌헨안보회의 참관기를 칼럼 형식으로 기고하며 현장에서 겪었던 일들을 소개했다.
펑파이(澎湃)신문이 24일 보도한 참관기는 "회의 참석 중에 느꼈던 감정을 독자들에게 공유해 본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푸잉 주임은 "이번 뮌헨안보회의에서는 1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미국과 유럽 각국 참석자들이 한 목소리로 러시아를 비난했다"면서 "과거 뮌헨안보회의가 토론과 연구의 장이었다면, 이번 회의는 러시아 외교장관은 초청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감정 표현의 장소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의 해리스 부통령과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해 60여명의 상하원 의원들과 30여명의 정부와 군 주요 인사들은 회의장 안팎은 물론 온/오프라인에서 타국 인사들을에게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하고 끝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것임을 설파했다"며 "미국은 이 위기를 활용해 철저히 유럽을 밀착시키려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있었다"고 느낌을 적었다.
이어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관심사인 식량과 에너지 문제 등은 소외됐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인 해결 목소리도 설 자리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푸잉 주임은 경색된 미중 관계에 대한 소감을 적었다. 그는 "한 만찬에서 미국의 의원이 '중국이 어떻게 풍선으로 미국에 도발할 수 있나'며 목소리를 높였고, 나는 이에 대해 '중국이 통제를 잃은 풍선으로 미국을 시험할 수 있다면, 성층권 바람은 중국의 좋은 조력자일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회의에서 '풍선'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유머 소재가 되어버렸다"면서 "어떤 이는 내게 '워싱턴의 분위기가 얼어붙었고, 그 어떤 이도 중국에 대해 좋은 말을 꺼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국 참석자들은 '무조건적인 반중'이라 할 정도로 중국의 이데올로기, 경제정책, 대러관계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며 "특히 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 거친 발언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미국의 주지사는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중국이 오늘 러시아에 전쟁을 그만두라고 하면, 전쟁은 내일 중단될 것'이라고 하더라"라며 "오만하고, 유치하고, 강압적인 태도로 느껴졌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안감을 중국으로 돌리려는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유럽의 한 학자가 '미국이 불안해 하는 이유는 중국이 무엇을 하느냐가 아닌 중국의 존재 자체이기 때문에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면서 "이와 달리 유럽은 중국이 무엇을 하느냐에 대해 불안해 하는 만큼 유럽과는 문제 해결과 장애 극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푸잉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사진=바이두 캡처] |
그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중국의 이데올로기에 동의하기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거부감은 커녕 무척 반기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그들은 중국과 유럽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으며, 일부 인사들은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럽과 더욱 진솔하고 솔직하게 소통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푸잉 주임(1953년)은 소수민족인 몽고족 출신으로 외교부 아주사 사장(국장)과 호주대사 등을 거쳐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외교부 부부장으로 일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주임(장관급)을 맡았으며, 2020년부터는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 주임으로 일하고 있다.
ys174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