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핌] 김양섭 중기벤처부장 = 부동산 가격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불과 반년 만에 2~3년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듯 하다. 2021년~2022년 주택을 투자목적으로 산 이들은 결과적으로 투자에 실패했다. '아직 판 게 아니니 손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이미 막대한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투자에 실패한 것이다. 갭투자(전세를 끼고 차액으로만 집을 매수하는 것)로 주택수를 과도하게 늘렸거나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사용했던 투자자들이라면 버티기도 어려운 수준이 됐다. 정부가 '하락 속도를 늦추겠다'면서 온갖 규제를 풀고 있지만, 지난 역사를 보면 정부가 그렇게 대응한다고 해서 시장의 추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탐욕을 부린 투자자들의 매물이 소화되고 나서야 시장이 바닥을 찍는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자유시장은 효율적이지만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면 정부가 부득이하게 개입할 수 있다. 시장의 '효율성'을 중시한다면 개입은 최소한으로, 국민 다수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사안에 국한돼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의 자구 노력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필연적으로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moral hazard)' 문제를 발생시킨다.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고가에 매입해주는 것은 특정한 시장 참여자를 유리하게 해주는 시장 개입으로 '규체 완화' 등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12월 악성 미분양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고가에 사들여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업계에 '미분양 대책'을 정부에 요구한다고 하는데, 업계 자구 노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직까지도 시행사들이 신규 분양 아파트들의 가격을 내리는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 많은 돈이 뿌려졌다. 일부는 지원금이지만 일부는 대출이다. 고의로 연체를 하거나 정부가 지원하는 저리(낮은 이자) 대출 대상에 들기 위해 일부러 신용등급을 낮추는 법을 찾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의 커뮤니티에서 '신용점수 낮추는 방법'을 묻고, 이에 대해 '현금서비스를 받아라', '카드론을 받아라', '공과금을 연체해라' 등의 답이 오고가는 촌극이 벌어져 '도덕적 해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서울회생법원은 개인회생 단계에서 가상화폐·주식투자 손실금은 법원이 청산 가치에 반영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됐다. 예를 들어 5억원의 빚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해 이중 3억원 손실을 보고 2억원이 남았다고 가정하면 과거엔 변제금이 5억원이었지만 새 제도를 적용하면 이미 손실을 본 금액을 뺀 2억원만 변제 대상이 된다. 이미 투자로 잃은 돈까지 재산으로 보는 것은 변제금 산정 원칙에 맞지 않아 실무를 개선했다는 취지인데, 투기성이 강한 가상화폐 손실금까지 변제해주는 효과를 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많다.
채용 현장에선 '실업 급여' 제도에 불만이 많다. 설계를 잘 하면, 놀면서도 최저임금보다 더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중소기업 현장에선 실업급여를 타겠다며 '해고해달라', '권고사직 처리 좀 해달라'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한다. 또 신규 채용에선 면접 '노쇼'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많은 중소기업들 채용 담당자들이 "면접날 아무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업급여 알리바이 용도로만 이용당한 것 같다"는 식의 하소연을 한다.
윤석열 정부는 윤 대통령 취임 전부터 '자유시장경제'와 '작은 정부'를 내세웠다. 하지만 곳곳에서 '시장주의'가 무너지는 모습들이 나타나면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면, 새로운 정책이 나와도 시장은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언제 또 바뀔지 모르는데, 굳이 그 정책을 섣불리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 향후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시장주의를 굳건하게 지키고,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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