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극장 '쿼드'의 올해 첫 기획공연 '다페르튜토 쿼드'가 베일을 벗었다. '대립의 공존'을 주제로 4원소의 특성을 4개의 막에 담아냈다. 누군가에겐 낯설고 어렵고 새롭기 그지없는 형식의 공연을 극장 '쿼드'에서 만난다.
◆ 불·물·흙·공기의 4원소를 형상화한 공연…낯선 만큼 새롭다
14일 대학로 극장 쿼드에서는 오는 28일부터 4월 16일까지 공연되는 '다페르튜토 쿼드'의 첫 장면 시연이 이루어졌다. 적극 연출은 총 4개의 막으로 구성된 작품을 소개하며 "불, 물, 흙, 공기 네 개의 챕터가 있고 각 챕터는 두 개의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업은 연금술사의 세계관을 반영한 작업이다. 연금술사가 신의 창조 작업을 자신의 수준에서 반복하는 사람이다. 신의 창조 행위나 본인 수준의 행위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세계관이고 소우주와 대우주가 같다는 맥락에서 이들의 관념이 핵심으로 얘기될 수 있는 게 대립의 일치, 공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극 연출은 이 '대립의 공존'이라는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모순된 것들을 하나의 존재 안에서 공존하는 것들을 신경쓰고 있다"면서 "오늘은 오브제 퍼포머와 사람 퍼포머의 공존을 많이 보여드렸다"고 말했다. 연출에 따르면 향후 본 공연에서는 기계와 대형 오브제들, 텍스트와 퍼포먼스와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들도 추가될 예정이다.
[사진=서울문화재단] |
이날 시연에서는 시위자들의 시위 장면으로 나타난 '불'의 특성을 구현한 장면, 인간에게 불을 선물한 프로메테우스, 주인과 하인이 등장한 썰매를 끄는 장면 등이 공개됐다. 적극 연출은 첫 장면을 두고 "본질적으로 4원소에 대해 얘기하는 건 재료보다는 운동성이다. 불이라는 원소에 관련돼서 시위를 표현했다. 불의 운동성은 사람들이 공유하던 체계를 넘어뜨리고 새로운 체계가 나타나는 것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어린 친구들과 작업하다보니 화염병을 본 적이 없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래도 어쨌든 시위라는 것은 계속 나타나는 것이고 세대마다 다른 장면으로 떠올릴 수는 있겠다. 불의 운동성을 떠올리기
불꽃이라는 존재가 다른 것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페르튜토 쿼드'에는 대사가 없다. 행위자들은 몸의 언어를 통해서만 무대 위 오브제, 관객들과 소통한다. 관객들은 무대 옆 스크린에 띄워진 짤막한 텍스트들로 무대에 접근한다. 적극 연출은 "연극에선 화술이 중요한데 시대에 맞는 새로운 화술이 필요하다. 제가 제안하는 화술은 거꾸로 문자다. 지금 시대에 맞는 연극 무대에서 화술을 오히려 문자, 자막 이런 걸로 제시를 해보려 한다. 음성이 아니라 시각적이라 기존의 대사의 힘들을 세울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오히려 장면들 자체를 압축적이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요소로서 작용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진=서울문화재단] |
◆ 'K팝의 확장' 대입한 연극…소비자인 동시에 행위자인 관객
'다페르튜토 쿼드'는 발상부터 접근, 형식 등 모든 것들이 일반 관객들에겐 낯설기 그지없다. 적극 연출은 "대립의 공존이란 타이틀로 해서 모순된 두 가지를 항상 다루고 있는데 쿼드라는 이름을 제목에 새로운 극장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는 작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이같은 공연을 구상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극장 공연인 동시에 온라인에 1분짜리 영상으로서 또 유튜브에 업로드 될 예정이다. 양자역학에 보면 잠재적으로 파동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있는데 관찰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것이 입자라는 물질로 실체가 나타난다는 설명이 있다. 그런 것처럼 오브제가 존재하고 퍼포머가 운동성을 발견하는 순간 현실 속에 복제를 하게 된다. 관객들은 이 장면을 통해 또 여러 시각에서 전혀 다른 것들을 보게 된다. 관객들이 기록한 1분짜리 영상들도 관측 행위들을 업로드해주는 쌍방향 소통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적극 연출은 연극을 무대에서 시연하는 것 그 자체보다도 관객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이 공연을 보고, 촬영하고, 또 퍼뜨리는 행위에 비중을 뒀다. 그에 따르면 관객들은 '다페르튜토 쿼드'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이 아니라, 시연 장면을 찍어서 공유하고 퍼뜨리는 또 다른 행위자다. 관객들은 공연 중 1분짜리 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이 영상을 특정 폼에 맞추어 '쿼드' 유튜브와 본인의 SNS 등에 공유할 수 있다.
[사진=서울문화재단] |
이 과정에서 적극 연출은 K팝의 생산과 소비, 한계없이 뻗어나가는 2차 창작의 연결 고리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지각 방식, 감각 방식이 멀미가 날 정도로 빨리 변하고 있는데 그 체계들을 반영한 공연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K팝 쪽을 많이 봤는데 마이클 잭슨의 CD가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스트리밍으로 특정 가수에 머물지 않고 K팝 전체가 스트리밍 되는 상황이 참고가 됐다. 특정 노래를 검색하면 관련한 커버 댄스, 리믹스 음악으로 확장돼서 놀이대상으로 간다는 게 감동적인 부분이다. 그런 길들을 가늘게나마 공연을 통해서도 찾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관객들의 행위자로 기능이 중요한 방향성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페르튜토 쿼드'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최소한의 동선대로 무대를 돌아다니면서 행위자들을 지켜보거나 촬영할 수 있다. 퍼포먼스를 위한 제약은 있다. 모든 사람이 움직이기 위해선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연 형식에 대해 완전히 발상을 전환하는 시도이지만, 관객들의 호응이 따를지는 미지수다.
적극 연출은 "관객이 어려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관객은 재미없어서 접근을 안할 뿐일 거다. 그러나 지금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비 패턴은 생각보다 일률적이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오프라인은 반대급부적으로 치우쳐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각각 한쪽으로 치우친 형태다. 관객들이 찍은 영상은 공연장에 오지 않으면 발생할 수 없었던 시선들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들이 여기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의미들이 있다. 영상물 자체가 그 사람만이 봤던 한 모습이기 때문에 공연을 본 사람들끼리는 그것을 보고 또 다음 의미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