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기자는 33년전인 1992년 여름 중국 베이징과 텐진, 지린성 랴오닝성 등 동북 지역을 탐방하던 중 미지의 땅 중국 현지에서 역사적인 한중 수교(8월 24일)를 맞았다.
수교 33주년을 맞은 지금 뒤돌아보면 당시 현지에서 목격했던 빈곤 국가 중국과 중국인들은 마치 신기루처럼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머릿속엔 계속 30여년 전의 어둡고 칙칙하고 후진적이던 대륙의 잔상이 어른거리는데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봐도 현실엔 더이상 그런 나라가 없다.
수교 초기 중국 경제는 개혁개방 10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주요국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고 모든 산업에서 한국과 비교조차 할수 없을 정도로 낙후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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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산업과 기술면에서 우리를 쫓아오려면 반세기도 더 걸릴 것 같아요". 함께 중국 수도 베이징과 동북지역 탐방에 나섰던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이 한 말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하지만 수교 30여년이 된 지금 중국은 누구도 상상 못한 나라로 탈바꿈했다. 미래 글로벌 패권이 걸렸다고 하는 AI 분야에서는 미국과 쌍벽을 겨루는 나라가 됐고 전략적 핵심 기술 분야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불모지였던 LNG 등 선박산업에서는 지금 수주실적에서 한국을 따돌리고 세계 절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유럽 등 몇몇 선진국들의 전유물인 초대형 크루즈선까지 건조해 인도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외에는 쉽게 흉내를 못 내는 상업용 항공기(C919)도 제작해 국제 인증을 마치고 속속 상업 운항에 돌입중이다. 국내 운항에 이어 조만간 국제 노선에도 본격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최근 중국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AI 로봇 분야 기술, 반도체 디지털 경제, 녹색 경제, 모바일 공유경제 분야 약진세를 지켜보면 "저게 지금 중국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맞는지" 뻔히 지켜보면서도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다.
"한중 수교 10년만인 2000년 초반 골프 투어로 상하이를 처음 여행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이 우스워 보였다. 두번째 중국 여행은 약 10년 전인 2015년이었는데 빠른 사회 변화, 눈부신 경제 발전이 놀랍게 느껴졌다. 지금은 솔직히 두려운 생각이 든다"
25일 아침 단체 카톡방의 한 친구는 '좋든 싫든 중국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 는 주제의 뉴스핌 기자의 글을 보고 이런 내용의 답글을 적어 올렸다.
친구는 "마냥 폄하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부류들이 참 많아서 걱정이다. 대륙의 변화를 직시하면서 우리는 한류문화 강국으로 중국을 극복하고 이겨냈으면 좋겠다. 요즘 핫한 '케데헌'이 그 방향을 제시하는 것 아닐까 "라고 덧붙였다.
한중 수교 33 주년을 맞은 지금, 모든 분야에 걸쳐 중국 굴기는 놀랄만큼 경이롭고 현란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이런 국가 도약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엔 복잡한 속마음이 교차한다.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질시와 같은 감정이 뒤엉켜 있다. 강대국을 향한 질주, 중국 굴기를 경시하고 폄하하려는 정서도 팽배하다. 하지만 국가 미래를 위해서는 비록 마음이 편치 않더라도 현실을 똑바로 보고 걸맞는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옛날 북풍공작 처럼 반중 프레임으로 득표 하려는 정당과 정권이 오랫동안 한중 양국 서로에 윈윈이 되는 경협과 문화 관광 인적 교류의 기반을 해쳤다. 그 결과 두나라 사이는 지금 '근이불친(近而不亲)', 즉 가깝지만 친하진 않은 관계로 거리감이 생겼다.
한중 수교 33년은 우리에게 어떤 대 중국 정책이 대한민국의 국익에 부합하고 이로운지를 묻고있다. 중립과 실리를 바탕으로 중국 관계의 틀을 다시 짜고 상생의 모멘텀을 살려나가야 한다. 중국의 첨단 기술굴기와 지구촌 경제비중으로 볼때 이재명 정부 실용외교의 성패는 그 절반이 중국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