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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⑰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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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정치적 위기와 시간이라는 변수

정치적 위기와 문제는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폴 피어슨(Paul Pierson) 교수의 저서 '시간의 정치: 역사, 제도와 사회분석'(Politics in Time: History, Institutions and Social Analysis, 2004)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정치에서 배제하고 있는 접근은 변화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결과를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가 발생하는 시점은 지금(t1)이지만 문제의 원인은 과거(t0)에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시점은 미래(t2)에 존재하기 때문에 반드시 시간이라는 개념을 숙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의 이론에서 중요한 개념은 인과적 사슬(Causal chain)이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모든 결과는 단기적 결과와 장기적 결과로 구분되고 원인 또한 단기적 원인과 장기적 원인으로 구성된다. 모든 원인과 결과는 순차적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A. 단기적 원인 – 단기적 결과(부패스캔들로 인한 해당 정치인의 혐오)
해결책: 부패 당사자의 징벌, 반부패 정책

B. 단기적 원인 – 장기적 결과(부패스캔들로 인한 국가에 대한 국제적 신뢰와 이미지 추락; 탈원전 정책으로 산업의 붕괴와 경쟁력의 상실)
해결책 1: 부패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강력한 징벌, 법제화 추진, 재발방지
해결책 2: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로 정하고 관련기업 재정지원과 장기적으로 다시는 탈원전 정책이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산업구조 개편, 에너지정책의 탈정치화, 정권 초월한 중립적 협의체 구성, 국가 미래 중대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회부제(스웨덴의 경우 1980년 탈원전 정책을 놓고 국민투표회부)

C. 장기적 원인 – 단기적 결과(누적된 부패로 인한 현 경제위기, 국제적 위기에 노출될 때)
해결책: 누적된 부패가 원인이지만 단기적으로 국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업지원, 소비진작을 위한 정책 추진. 장기적으로는 부패 원인 제거 없이 경제 체질의 약화로 인한 경쟁력의 추락과 비효율적 사회로 진입

D. 장기적 원인 – 장기적 결과(누적된 부패로 인한 민주주의 가치와 이상에 대한 실망과 불신)
해결책: 부패의 청산과 특권 정치의 청산을 위해 헌법 개정을 통한 권력구조 개선, 정치 부패에 대한 철저한 응징,
미 해결시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에 대한 관심 저하, 이민, 혹은 무관심, 정치 혐오, 국민저항으로 발전

위 네 가지 중 단기적 결과인 A와 C는 법과 정책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장기적 결과인 B와 D는 제도개혁으로 체제전환을 이끌어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위기에 대한 인식은 단기적 원인보다는 누적된 원인의 인과적 사슬 때문에 생긴 D의 경우로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와 이상에 대한 총체적 위기인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과 특권 청산을 위한 체제전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개혁의 방법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다 보면 더 어려운 것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는 신기능주의 이론이 제공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쉬운 것부터 시행하다 보면 누적된 신뢰관계가 더 큰 난제를 풀 수 있다는 신기능주의적 관점(Neo-functionalistic perspective)에 기초하는 이론이다. 한 방울씩 물을 떨어뜨리다 보면 언젠가 물컵의 물이 넘쳐 주위를 적시는 파급효과(Spillover effect)로 인해 큰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즉 체제가 전환되는 효과를 갖는다. 유럽연합이 이런 방식으로 처음 6개 회원국에서 현재 27개국이 가입한 경제동맹체를 매개로 한 유럽통합을 이루어냈다.

국가의 사회통합도 이를 본받아 쉬운 개혁부터 시작해 조금씩 더 어려운 개혁으로 진행해 나갈 때 적대적 세력들의 상호불신을 약화시킬 수 있어 한 단계씩 상향된 개혁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제도화의 시작

역사적 제도주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습관과 관행들이 모여 잠금 기능(Lock-in)이 작동되면 국가의 작동시스템은 그 틀 안에 갇히게 되고 사회구성원의 행태는 반복적 경로로 진입하게 된다. 이를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이라 한다. 이렇게 경로 의존적 행태는 모두에게 편하면 그대로 지속되는 힘을 갖지만 불평과 불만, 갈등과 불신 등으로 생긴 엄청난 변화의 동력이 내적으로 일거나, 전쟁, 자연재해, 팬데믹 등 외생적 충격이 가해질 때 새로운 변화의 요구가 거세진다. 모두 불편하고 힘들고, 모든 면에서 제도적 기능저하와 불만족, 양극화의 증가, 자살률 증가 등 총체적 국가적 난제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누적되기 때문이다. 이를 역사적 제도주의에서는 결정적 시점(Critical juncture)라 한다.

역사적 제도주의를 바탕으로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 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는 아직 낮은 수준에 있다. 인신공격과 알맹이 없는 대정부 질문, 근거 없는 폭로와 조롱의 상임위 토론, 인사청문회, 정기국회 개원을 위한 흥정, 국가원수의 시정연설 보이콧, 극과 극으로 치닫는 적과 아군으로 나누는 정치다. 정치적 경쟁이 아닌 전쟁 상태로 인식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이제 정치혐오를 넘어 '누가 이 체제를 넘어트려 주었으면' 하는 혁명 전야처럼 느껴진다. 제도적 정착을 이루지 못해 법과 원칙에 따른 경로적 의존성이 생성되지 못했고, 불평과 불만, 불신과 배척이 너무 강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결정적 시점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의 또 한 가지 위기 중 극소수가 다수를 지배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곧 팬덤의 정치다. 팬덤의 정치는 소수의 독재며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아무리 100만 명을 동원한 시위라 해도 묵묵히 일상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지켜보는 다수에 비하면 이들은 아주 작은 소수에 불가하다. 자기세력 결집에 더 큰 의미를 두는 동원의 정치는 단절해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기본권에 속하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 및 결사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어야 한다는 헌법의 기초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주말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할 권리,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도로에서 이동할 권리를 침해할 경우 헌법 정신에 저촉되는 사항이다.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이 주장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나의 자유를 맘껏 누릴 수 있다는 사상은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모든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개인의 권리로 채택하고 있다. 밀은 민주국가에서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는 것이 국민의 중요한 의무라 보았다. 그리고 이를 지키지 않는 대상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지켜 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로 간주했다. 소수는 다수보다 약자이지만 개인보다는 강자이기 때문에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와 쾌적한 삶의 보장을 위해 거리 집회는 철저하게 제한되고, 넓은 공터나 폐쇄된 장소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도심 집회 허가는 철저하게 제한되어야 하지만 설령 집회를 허용하더라도 사전 공지와 함께 도로점유를 시도하는 시위대는 국민기본권인 이동의 자유를 침해한 경우이므로 철저한 규명을 통해 사후 책임을 지게하고 현장에서는 경찰이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스웨덴 국회의사당 [사진=최연혁 교수 제공] kimsh@newspim.com

국가 체제 대전환을 위한 제자리 찾기

정치 대전환(Paradigm shift)은 격이 있는 정치의 복원이다. 우리는 한 번도 격이 있는 정치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원상태로 세운다'는 복원의 의미는 맞지 않지만 1948년 번듯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보겠다고 국민의 열의를 모아 세운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회복이라는 뜻을 담는다. 정치가 제자리에 서게 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일련의 시도는 궁극적으로 각자 제자리 찾아가기 운동이다. 정치의 제자리는 국민을 위한 봉사이자 희생이다. 따라서 모든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대전환의 시작이다.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봉사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의원보좌관제 폐지와 기초 및 광역의원 무급제의 시행은 제자리 찾기의 일환이다.

스웨덴의 정치는 봉사와 희생을 보여 주는 롤모델이다. 정치가 버겁고 힘들어 정치를 떠나는 정치인들이 많은 사회의 정치인 정책능력과 그들의 정치적 도덕성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여야정치인들의 국가를 위한 타협정신이 높은 이유는 바로 정치를 나의 목적 달성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리인이라는 자세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일과 하루 24시간 중 국가의 세계적 위상,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 국민통합과 화합과 같은 큰 대의를 위해 바친 시간은 얼마나 될까를 반추해 보라. 글로벌 세계정치는 내가 아무리 강하다고 생각해도 나보다 더 강한 국가가 있으면 지게 되는 전쟁터와 같다. 재래식 무기를 아무리 많이 보유하고 있어도 대량살상무기 하나면 전쟁에서 진다. 우리는 지금 국론이 분열되어 있다. 가치사슬로 뜻을 함께 하는 국가들과 함께 할 때 더 강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끼리 합의를 보지 못한다. 친일이니 친중이니 프레임의 논쟁으로 날을 지샌다.

모든 갈등을 국회로 수렴해서 대안을 놓고 토론해야 한다

쉬운 개혁은 국회의 여야 정당들이 마음만 먹으면 바로 합의를 통해 시행할 수 있거나 국회법과 관련법을 개정해 바로 실천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개혁은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진행하고, 신뢰를 쌓아 진행해 나가야 한다. 보 로스타인(Bo Rothstein) 교수의 빅뱅이론에서 알 수 있듯 제도개혁은 짧아도 30년 정도의 한 세대의 기간을 필요로 한다. 스웨덴 패러독스 모델의 성공 사례에서 다음의 두 가지 제도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가칭 '국가대전환을 위한 입법위원회'를 구성해 정권과 관계없이 유지되도록 상설기구를 설치할 것을 권고한다. 현 국회의 모든 정당이 동수로 대표를 선출해 구성하도록 한다. 이 의원 중심 위원회의 목적은 쉬운 것부터 하나씩 국회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개혁해 나가면서 장기적 비전까지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각 당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겠으나 국가의 백년대계를 보고 활동한다는 사명으로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시적 조직이 아닌 10년, 20년 이상도 바라보는 국회상설위원회로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합의사항은 해당 상임위에서 공동입법안으로 합의해 처리하고, 본회의에서 토론 후 표결로 결정하며, 국회법과 관련법을 일괄적으로 개정, 혹은 제정을 위원회 주도로 진행해 나가도록 한다. 만약 헌법 개정 사항이 있으면 충분한 국회의 논의를 거쳐 국민투표에 회부해 최종 결정하도록 한다.

둘째, 언제든 여가 야가 되고 야가 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가칭 여야동수 '헌법제도개혁 SOU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한다. SOU 제도는 북유럽 국가의 제도개혁과 사회갈등 예방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정부 주도의 특별위윈회 제도로 결과물을 SOU라는 국가기록물을 남겨 놓는다. 정부주도로 특별위원회가 설치되지만 독립적 기구로 진행되기 때문에 탈정치화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스웨덴의 경우 SOU 자료는 명칭 변경 이전까지 추적해 보면 1604년 헌법제도위원회의 활동을 시작으로 1905년까지 894개의 국가조사 자료가 축적되어 있다. SOU 명칭으로 변경된 1922년 이후 2022년까지 8224개의 특별 보고서가 축적되었다. 전자문서로 변환된 이 귀중한 자료는 국가개혁의 역사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선거제도' 개혁의 역사를 보기 위해 키워드를 치면 235개의 스웨덴 선거제도 조사위원회 활동보고서를 단 몇 초 안에 화면에 띄울 수 있다. 이 연구서들은 당시 국내 자료, 해외 사례, 지지자와 반대자들의 당시 설득 근거를 담고 있어 정치인들과 연구자들이 새 선거제도를 설계할 때 귀중한 근거자료가 된다.

다시 여야동수 '헌법제도개혁 SOU 제도'로 돌아가 보자. 여기서 여야라 함은 현 여야 의원만이 아닌 전문가 그룹 반, 의원 반으로 구성되는 구성체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전문가 3명, 정치인 3명씩 양측을 대표하는 12인 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의 100년 대계의 새 판을 짤 수 있는 국민대회의의 기능을 갖도록 한다.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5-10년간 유지될 수 있는 방안도 있고, 아예 영국의 선거구획정 왕립위원회처럼 상설위원회 구성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민여론조사, 전국 각지 순회 학술세미나 및 공청회, 국내 및 세계 전문가 국제 전문가 콘퍼런스 등을 통해 우리의 정치문화에 최적인 정치제도와 국가의 틀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철저한 조사기간을 부여해 주도록 한다. 매년 합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SOU 결과물은 국회도서관에 등록해 영구 자료화 할 경우 후일 30년, 50년, 100년이 지나 우리 선대들의 국가개조를 위한 노력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개혁의 순서

쉬운 개혁은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쉬운 개혁을 제대로 시작해 뿌리를 내려도 사실 한국정치의 엄청난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개혁은 사실 모두 제자리에 돌아가자는 약속이다. 정치인은 정치영역으로, 시민은 가정과 일터로 돌아가자는 제자리 찾기 운동이다. 정치인이 정치 본연의 영역으로 돌아가게 되면 나라의 모든 문제는 국회로 수렴된다. 시민들이 매주 대치해 가면서 소모적 투쟁을 벌일 필요가 없어진다. 정치는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대립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이다. 정치가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지 않으면 결국 사회의 모든 대립과 갈등문제는 거리로 뛰 처 나갈 수밖에 없다.

쉬운 개혁은 좁은 마음을 열고 가능한 것부터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하자.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권위를 내려놓으면 주권재민의 가치를 담고 있는 헌법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다.

새로운 출발은 내가 가진 믿음과 신념이 틀릴 수도 있겠다는 인정의 자세에서 출발한다. 나만 맞고 너희는 틀린 것이 아니라 나도 틀릴 수 있으니 너도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라는 상호적 교감에서 개혁은 출발할 수 있다. 이것이 정치적 상식이다. 상식의 회복이 곧 정치적 개혁의 시작인 셈이다. 내가 믿는 것만이 최고의 선이라는 인식이나, 절대 절명의 해결책이라는 시각은 이제 다 함께 버리자.

쉬운 개혁부터 시작해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어려운 개혁까지 꾸준히 진행하다 보면 신뢰의 단초를 놓을 수 있다. 어려운 개혁은 더 큰 것들을 내려놓고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리는 과정이다. 그동안 정치인들에게 익숙해 있었던 특권을 모두 내려놓는 것이다. 이 특권들은 사실 국민의 머슴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의 파기이자 이 땅에 사는 모두는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에 모순이다. 따라서 특권 내려놓기는 다시 헌법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라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개혁은 단계마다 한국 정치를 세계적 모델 중 으뜸가는 하나로 새롭게 만들어 가자는 비전을 담고 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민주주의 정당성의 문제를 보완하자는 이상도 담는다. 어려운 개혁의 지향점은 가장 효율적이며, 경제적이고, 국민의 수준과 요구에 부응하는 법치와 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최고 민주주의다. 정치가 주도하는 최고 종착역이다.

정치에서 출발한 변화는 대한민국의 사회 변혁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다. 파급효과 때문이다. 모든 기득권 내려놓기 운동으로 승화될 수 있다. 미래 정치꿈나무들은 기득권이 없는 국회에서 맘껏 설득의 기술과 솔선수범으로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영위할 수 있게 하자. 정치가 K-culture, K-economy를 선도할 때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성큼 다가서게 된다. 그 때는 우리가 K-Politics를 세계에 내 놓아도 부끄러울 것이 없겠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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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F-21, 내년 3월 양산 1호기 출고식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형 전투기(KF-21) 양산 1호기 출고 행사가 내년 3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리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뉴스핌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초 2026년 연말로 잡혔던 일정이 약 10개월 앞당겨지는 '조기 실전배치 시나리오'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KF-21(당시 KF-X) 사업은 2015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약 8조원(70억~80억달러 수준) 규모의 체계개발을 승인하면서 본궤도에 올랐고, 인도네시아가 개발비 20% 분담을 약속하며 공동개발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후 설계안 확정(2019년)과 2020년 9월 최종조립 착수 과정을 거쳐 2021년 4월 시제 1호기(001번기) 출고 및 명명식에서 공식 제식명 'KF-21 보라매'가 부여됐다.​​ 지난해 11월 29일 1000소티 비행을 달성한 한국형 전투기 KF-21. 이로써 전체 약 2000소티 중 절반을 완료하며 반환점을 돌았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2025.12.09 gomsi@newspim.com 시제기는 단좌 4대·복좌 2대를 포함해 총 6대가 제작됐고, 2022년 7월 첫 비행에 성공한 뒤 2023년 초음속 돌파, 야간·무장분리 시험을 포함해 2024~2025년까지 누적 2000회 수준의 시험비행을 소화하면서 블록Ⅰ(공대공 중심) 체계개발 막바지 단계에 올라와 있다. 방위사업청과 공군은 이 시험 데이터를 토대로 2026년까지 '초도양산+작전운용시험·평가'를 동시에 진행해 공군 F-4E, F-5 등 노후 3세대 전투기를 순차적으로 대체한다는 이정표를 세워왔다.​ 당초 KF-21 양산기 전력화 로드맵은 2024년 양산계약, 2025년 최종조립, 2026년 하반기 대량 양산 출고 및 전투적합 판정, 2026~2028년 초도 대대급 배치 순으로 짜여 있었다. 실제로 방추위는 2025년 3월께 '올해 20대·내년 20대' 방식의 1·2차 양산계약(20+20대)을 의결했고, 1조9000억원 안팎(1차 20대 기준 약 1조9000억원)의 초도 물량 계약이 체결되면서 사천 KAI 공장은 2025년 5월부터 양산 1호기 최종조립에 들어간 상태다.​ 이 기본 시나리오에서 2026년 연말로 잡혀 있던 '양산 출고식'을 10개월가량 당겨 2026년 3월 사천에서 여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업계에선 "양산 1호기·2호기를 포함한 초기 물량의 기체·엔진·전장 계통 신뢰성 검증이 예상보다 순조롭고, 공군의 F-4E 조기 퇴역·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전력 공백 우려가 일정 단축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만 10년 만에 양산형을 내놓는 만큼, 대통령 참석을 전제로 한 '국가급 이벤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KF-21 시제 1호기 출고식은 2021년 4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그 자리에서 "2032년까지 120대 실전배치" 목표가 공개되면서 한국의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도약을 대내외에 과시한 바 있다. [사천=뉴스핌]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사천시 고정익동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4.09 photo@newspim.com 내년 3월로 예고되는 이번 출고행사는 시제기가 아닌 '양산형 1호기'가 주인공인 만큼, 시제기 롤아웃 이후 약 4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다시 사천을 찾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순방 과정에서 KF-21을 한국 방산 수출 패키지의 핵심 품목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향후 수출형 블록Ⅱ·블록Ⅲ 개발과 현지 공동생산·부품 협력 구상을 함께 홍보해 왔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산업부 안팎에선 "양산형 출고식이 사실상 '수출형 보라매'의 첫 공개 무대가 될 수 있는 만큼, 대통령 주관 행사로 격상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현 시점에서 군·방산업계가 그리는 '3·6·9 시나리오'의 뼈대는 비교적 선명하다. 내년 3월 사천 출고식을 통해 양산 1호기를 공개하고, 6월까지 공군·방사청 공동의 전투적합 판정(전투운용능력 평가)을 마친 뒤, 9월 전후로 공군 작전부대에 초도 인도를 시작한다는 시간표다.​ KF-21 블록Ⅰ양산기는 2026년 상반기 대량 출고 이후 강릉 제18전투비행단과 예천 제16전투비행단에 각각 1개 전투비행대대(20대 안팎) 규모로 나뉘어 초도 배치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어 2028년 이후 공대지·다목적 능력을 강화한 블록Ⅱ 80대는 횡성 제8전투비행단, 충북 지역 제19전투비행단 등으로 확산 배치돼 공군의 F-5, 구형 F-16 전력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계획이다. 지난 11월 5일 국산항공기 FA-50와 함께 비행하는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의 KF-21. [사진=공군 제공] 2025.12.09 gomsi@newspim.com KF-21 사업은 개념연구 착수(2000년대 초) 이후 예산·기술 이전 문제로 수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지만,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10년 만에 양산형 출고 단계에 진입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전투기 체계개발-양산-수출까지 독자 사이클을 돌리는 소수 국가 반열에 올랐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KF-21 양산형 출고는 단순히 새 전투기를 들여놓는 차원을 넘어, 한국이 10년 주기의 전투기 개발·개량 사이클을 스스로 설계해 가는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며 "2015년 개발 승인에서 2025년 양산 1호기, 2032년 120대 전력화로 이어지는 연표는 한국이 명실상부 '전투기 개발·수출국'으로 올라섰다는 증표"라고 했다. gomsi@newspim.com 2025-12-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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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조희대 대법원장 입건 후 사건 검토 [과천=뉴스핌] 김현구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입건하고 본격적인 사건 검토에 들어갔다. 공수처 관계자는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 고발건은 한 두건이 아니다. 어떤 건은 수사 4부, 어떤 건은 1·3부 등에 있다"고 밝혔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뉴스핌DB] 공수처는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선별해 사건화하는 것이 아닌 '자동입건'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수의 고소·고발이 접수된 조 대법원장은 피의자 신분이 유력하다. 조 대법원장은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을 지정 배당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아울러 공수처는 최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사건은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위원) 등이 2022년 전 전 위원장을 사직시키기 위해 특별 감사를 진행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수사1부(나창수 부장검사)는 지난 4일 감사원 운영쇄신태스크포스(TF)와 심의지원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공수처는 사건의 처분 시기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공수처 관계자는 "(처분 시기는) 수사팀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언제 (처분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술자리 접대 의혹'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지 부장판사가 1인당 100만~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 고급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돈을 낸 적 없다는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대법원 법원감사위원회는 해당 의혹을 심의한 후 "현재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지 부장판사에게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향후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비위행위에 해당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사건을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고, 수사팀은 최근 그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택시 앱 사용 기록 등과 달리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hyun9@newspim.com 2025-12-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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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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