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자카르타 위차한 자바섬, 경제 80% 담당
교통·지반침하 심화…자연파괴 지적 양면도
수자원공사, 신수도 물관리 지원…원 "현지교육 필요"
[누산타라=뉴스핌] 강명연 기자 = 인도네시아 신수도 누산타라의 상징, '원점'으로 가는 길은 모래바람이 가득한 비포장도로였다.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길을 지나 18일(현지시간) 도달한 원점에는 인도네시아 81곳의 토양이 모여 있었다. '시작이 되는 출발점'이라는 의미의 원점에서부터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시작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듯했다.
원점은 누산타라의 중심인 정부핵심구역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원점의 위치를 먼저 정한 뒤 인근에 대통령궁과 행정부가 들어서는 정부핵심구역을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신수도 누산타라 원점에 방문해 인니 관계자 등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
◆ 작년 착공한 신수도 사업…내년 대통령궁 완공 목표 '속도전'
보르네오섬 동부칼리만탄주 외곽에 위치한 누산타라는 자카르타로부터 비행기로 2시간 떨어진 발릭파판에서 차로 다시 2시간 이상 달려야 도달할 수 있었다. 인니 정부는 수도 자카르타를 대체하기 위해 지난해 관련법을 통과시키고 대통령궁과 공무원 주택 도로, 상하수도 등 주요 인프라 건설에 착수했다. 총 사업비 40조원을 투자해 면적 2561㎢, 인구 191만의 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다.
누산타라는 인니의 균형개발을 위한 상징이다. 인니는 1만8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지만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이 경제의 80%를 담당할 만큼 집중이 심화해 있다. 인구가 자바섬에 계속 모여들면서 자카르타의 교통문제와 지반침하 문제도 심화되는 상황이다. 반면 아시아 최대 밀림지역으로 꼽히는 보르네오섬의 자연파괴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아 양면이 공존하는 곳이다.
현장에는 누산타라의 또 다른 상징이 될 대통령궁 조성공사가 한창이었다. 작년 11월 착공해 공정률은 10%에 못미치지만 벌써부터 타워크레인 여러대가 설치돼 있었다. 디아나 쿠스마스뚜띠 인도네시아 공공주택사업부 주거총국장은 "내년 8월 입주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지만 인니 입장에서는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코로나 여파로 공사가 늦어졌지만 신수도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대통령궁은 인니 상징물인 가루다 형상으로 조성된다. 12m를 쌓아 터를 만들고 83m 높이의 건물을 건설한다. 국빈 등을 모시는 대통령궁 뒤쪽으로는 집무실을 설치하고 양쪽에는 부총리급 조정부가 양쪽에 들어선다. 인니 독립기념일인 1945년 8월 17일을 기념해 1만7845개 상징물이 곳곳에 담길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신수도 누산타라 대통령궁 건설현장을 바라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
인니 신수도청이 수행하는 댐 건설현장 역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허허벌판에 위치해 있었다. 현장 맨 뒤쪽으로 펄럭이는 깃발 6개가 꽂힌 위치에 댐이 건설될 예정이다. 도시 건설에 필수인 담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높이 25m, 길이 450m로 조성되는 댐은 현재 공정률 85%를 기록 중이고 8월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신수도 부지와 20km 떨어져 있고 1초당 3000리터를 시작으로 5000리터까지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 수자원공사 ODA로 마실 물 공급…원 "중일과 달리 기술이전 등 필요"
한국수자원공사는 여기서 확보한 물을 도시에 공급하기 위한 정수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인근에 인니 신수도청이 조성 중인 정수장에도 우리 기술이 적용돼 쌍둥이 정수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 시공사를 선정하고 내년 초 착공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인니 측은 내년 완료를 요청하고 있다.
민휴 수자원공사 인도네시아사업단 단장은 "국회 심의를 받아 ODA(공적개발원조) 예산을 확보했고 하수처리장 등 나머지 인프라 사업은 PPP(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태양광 설비와 인공지능(AI) 기반 운영관리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정수장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신수도 누산타라 인근에 위치한 댐 건설현장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
수자원공사는 상하수도 시설이 열악한 인니에 물 관리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민휴 단장은 "인니는 마실 수 있는 물이 전체 상수도의 4%에 불과해 시민들이 여러 병을 앓고 있다"며 "정수장을 통해 마실 수 있는 물을 공급할 예정이고 이후에 추가로 건설할 폐수장 등을 통해서 하수처리 시설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 고위급 인사로 신수도에 처음 방문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신수도 사업에서 한국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원이 풍부한 인니에 필요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민간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한다는 의미다. 원 장관은 "인니 현지에 K-워터 대학을 만들어 아세안 현지교육을 수행하고 한국에서 실전을 경험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은 기술을 전수하지 않고 중국은 인해전술로 들어오는 것과 달리 한국은 어려움과 도전 과제가 많은 신수도 사업 성공을 위해 인니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가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누산타라 인근에 위치한 댐 건설현장 모습. 수자원공사가 정수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사진=강명연 기자] |
인도네시아 신수도 누산타라에 조성된 직원 숙소 모습 [사진=강명연 기자] |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