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물 무서워하는줄 알면서...작위에 의한 살인"
이은해 "돈 때문에 타인 목숨을 빼앗을 수 없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검찰이 이른바 '계곡살인'사건으로 기소된 이은해 씨와 공범 조현수 씨에게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6-1부(원종찬 박원철 이의영 부장판사)는 24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씨와 조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물을 무서워하는 것을 알면서도 물에 빠뜨리고 죽음을 사고로 위장했다"며 "함정에 빠진 사람을 방치하는 것과 함정을 파놓고 지속적으로 함정으로 유도해 결국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즉, 피고인들의 행위는 부작위가 아닌 작위로 평가되어야 하며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피해자의 누나는 "이은해와 조현수는 유흥과 사치를 위해 제 동생을 이용했고 남의 소중한 인생에 기생하며 본인들의 이익만 챙겼다"면서 "1심 판결에도 이들은 여전히 참회하지 않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너무나도 불행하고 짧은 생을 살다간 제 동생의 한을 풀 수 있도록 이들을 엄벌로 다스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인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 씨와 공범인 조현수씨. 2022.04.19 mironj19@newspim.com |
이씨는 "고작 돈 때문에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성실히 조사를 받았지만 수사기관은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무조건 저를 믿어주고 제 말만 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다.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정의이기 때문에 꼭 진실을 밝혀달라"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조씨 역시 "(피해자가) 사고를 당한 날에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구조활동을 했다"며 "부디 현명하고 옳으신 판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4월 12일에 나올 예정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하지 못하는 이씨의 남편 A씨를 장비 없이 다이빙하게 해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또한 같은 해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A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전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은 아니었고 피고인들이 상황을 교묘히 조작하거나 심리를 통제해 뛰어내리게 했다고 인정할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건을 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닌 부작위 살인으로 인정했다.
다만 "피고인들은 어떠한 죄책감이나 죄의식도 없이 살해 시도를 반복했고 (계곡에서)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죽을 때까지 범행을 시도했을 게 분명하다"며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함으로써 속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조씨에게는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한 형 집행이 종료되면 각각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라고 명령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