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반도체법 시행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동아시아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서 지원을 받아 사업을 확장할지, 중국에서의 생산확대 역량을 유지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도체법은 지난해 8월 제정된 2800억달러 규모의 미국 반도체 육성 산업법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에 확장하고 중국과 기술경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업체들에 연방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보조금 지원 세부 규정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 연방 보조금을 받길 원하는 기업들은 향후 10년 동안 중국에서의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며, 중국 내 생산설비 확대에 10만달러 이상을 투자할 수 없다.
또한 중국을 포함한 '우려 대상' 국가에서의 합동 연구나 기술이전 라이선스 체결을 제한하는 등 기업들은 여러 '대(對)중 가드레일(안전장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WSJ는 세계 반도체 업계가 지난 수 년간 중국에 생산시설을 투자해왔고, 이들이 글로벌 생산여력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왔단 점에서 미국의 '대중 가드레일'은 업계의 고민거리라고 진단했다.
매체는 중국에 상당한 생산시설을 갖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가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특정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공장, 쑤저우에는 반도체 패키징(후공정) 공장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메모리칩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다롄에는 불과 3년 전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레시 메모리칩 시설이 있다. TSMC도 중국 난징과 상하이에 각각 제조시설을 두고 있다.
이들 동아시아 기업들의 중국 생산규모는 작지 않다. IT시장 연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은 글로벌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생산의 약 16%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도 전 세계 D램 메모리칩 생산의 12%를 담당하며, 다롄의 낸드플래시도 세계 생산의 6%를 차지한다.
미국 상무부는 세부 규정 발표일로부터 향후 60일 동안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보조금 혜택 대상 후보 기업들은 아직 공개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반도체 자료사진. [사진=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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