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상품도 직매입 상품과 동일하게 '로켓배송'
네이버와 오픈마켓 사업 경쟁 불가피
물류대행료로 수익성 개선도 꾀해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쿠팡이 직접 매입한 상품과 동일하게 오픈마켓 판매자 상품을 배송해준다. 오픈마켓 1위 사업자인 네이버의 아성을 위협하는 동시에 물류대행료로 수익 창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9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7일 물류 전문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와 함께 오픈마켓인 '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풀필먼트 서비스 '로켓그로스'를 론칭했다.
쿠팡 로켓그로스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 범위.[사진=쿠팡] |
풀필먼트 서비스는 상품 입고하면 보관, 포장, 재고관리, 배송, 반품 등 이후 필요한 모든 물류 과정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전에도 쿠팡엔 '제트배송'이란 유사한 서비스가 있었다. 제트배송과 로켓그로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입점 판매자 상품도 쿠팡 직매입 상품과 동일한 조건에서 판매된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제트배송 상품은 따로 분류돼 '제트배송'이란 배지(badge)가 달렸지만, 로켓그로스 상품은 쿠팡의 직매입 로켓배송 상품과 동일하게 '로켓배송' 배가 달린다.
이 때문에 쿠팡을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로켓배송 상품을 주문할 때 해당 상품이 쿠팡의 직매입 상품인지, 입점 판매자 상품인지 구분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판매자 입장에선 입점 과정이 이전보다 간단해졌다. 제트배송은 계약을 맺고 일정 물량을 입고해야 했지만, 로켓그로스는 약관 동의만 하면 단 1개라도 상품 입고가 가능하다. 사업장에서 가장 가까운 풀필먼트센터로 입고시키는 것도 가능해졌다.
쿠팡이 가장 강력한 무기인 '로켓배송'을 통해 오픈마켓 사업자 영입에 나서면 오픈마켓 1위 사업자인 네이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직매입 기반, 네이버는 오픈마켓 기반이기 때문에 국내 이커머스업계 1, 2위를 다투면서도 양사의 사업영역은 크게 겹치지 않았다.
하지만 몸집을 키운 쿠팡이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로켓배송 상품 수 확대하기로 하면서 쿠팡과 네이버의 오픈마켓 사업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2021.03.12 pangbin@newspim.com |
작년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에서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현재 로켓배송 상품은 수백만개에 달하지만 아직 포함되지 않은 훨씬 많은 상품들 앞에서 이 숫자는 무색하다"며 "상품군 확대는 여전히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쿠팡의 목표는 로켓배송이 가능한 상품수를 늘려 이커머스 업계 1위를 넘어 국내 유통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로켓그로스로 몸집을 불리는 동시에 쿠팡은 수익성 실현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판매수수료만 부과하던 제트배송과 달리 로켓그로스는 판매수수료에 더해 물류대행료를 보관, 배송, 반품 과정에서 각각 따로 받는다.
쿠팡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아마존도 이처럼 물류대행료 명목의 수수료를 받으며 물류비용 효율화를 꾀했다.
쿠팡은 수조 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해 일명 '쿠세권'이라 불리는 물류망을 늘리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물류망은 132만평(436만3636㎡)으로 2020년 말 70만평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물류비용을 상쇄할 만큼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면 수익성이 개선된다. 실제로 물류 비용이 포함된 매출원가를 제외한 쿠팡의 매출 총이익은 2018년 5%에서 지난해 23%로 올랐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