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10대 기업 현금성자산 40조 증가
올해도 차입·매각 등 현금 확보 총력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지난해 국내 주요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이 큰폭으로 늘었다. 글로벌 복합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현금 확보 움직임은 올들어 더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12일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상위 10개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합계는 작년 한해동안 약 40조원 늘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기아, LG전자, SK이노베이션, 한국전력, 한화, HD현대, 현대모비스(이상 매출액순) 등 10개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2021년 100조9978억원에서 2022년 139조8285억원으로 38.45% 증가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고금리 기조, 경기침체, 공급망 리스크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경영 환경이 극도로 불투명해졌다"며 "이에 기업들의 기조가 최대한 보수적, 그리고 현금 확보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2023.04.11 jinebito@newspim.com |
다만 작년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확보보다 차입 등을 통한 현금 확보가 더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이들 10개 기업의 부채총계를 보면 2021년 835조4444억원에서 2022년 935조2340억원으로 약 100조원(11.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 합계는 23.6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1.02% 감소했다.
투자나 운영자금,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차입금을 늘린 것이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져 수익성 회복이 늦어질수록 기업들의 금융비용도 커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 노력은 올들어 더 활발한 모습이다. 특히 차입 뿐만 아니라 계열사나 사업부문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의 현금 마련 방안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SK그룹이다. 그동안 그룹의 핵심 역할을 했던 SK하이닉스의 부진과 함께 SK온 등 여러 부문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 대규모의 현금이 필요하다. 이에 SK그룹의 투자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는 SK쉴더스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9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다. 이 중 4000억원 정도가 올해 들어올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에만 1조39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이달 들어서는 2조2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면서 현금 확보에 속도를 높였다.
회사채 시장도 금리 안정세를 기대하며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에만 SK네트웍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한항공 등 20곳이 넘는 기업들이 공모 회사채 발행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SK스퀘어처럼 보유 기업 지분이나 사업부문 매각에 나선 곳도 적지 않다. LG화학은 비주력 사업인 진단사업부문 매각을 진행중이다. 보령파트너스는 보령파이오파마를 매물로 내놓은 상태이고, 현대홈쇼핑도 현대렌탈케어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영업악화로 현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유동성 확보'가 생존을 위한 이슈가 됐다"며 "게다가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그룹들의 주력 계열사들은 대부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천문학적 단위의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금리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 등으로 많은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고, 비주력 사업이나 계열사 매각 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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