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제련 부문 15조 투자 필요"
국내 제련·정제 설비 無...친환경 공법 연구 필요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아프리카에 리튬 광산을 갖고 있는데, 국내에 가공할 인프라가 없어 원석을 가져올 수 없다"
국내 배터리 업계 사이에서 원자재 가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 광산에서 각종 원자재를 원광 형태로 공급받기로한 기업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창고에 이를 쌓아두고 있거나 해외 업체에 손을 빌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신수용 산업부 기자 |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 가공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리튬이나 니켈 원광을 가공할 정제·제련 시설이 현재 국내엔 없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과 원자재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전기차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조건 충족을 위해선 미국과 FTA 맺은 국가에서 원자재 가공이 필요한데, 이 두 국가는 세계적인 리튬과 니켈 보유국이지만 FTA 체결국이 아니다.
미국 재무부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한 재료를 한국에서 가공해도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정작 국내에 이를 가공할 정제·제련 인프라가 없다.
해외에서는 품질이 낮은 원자재까지 확보해 고순도 물질로 정제·제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광산에서 채굴한 원광석은 여러 물질이 섞여 있어 이를 쪼개는 등 선별 작업인 '선광'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필요한 광물이 농축된 정광(정제된 원석)을 얻을 수 있다.
이 정광에서 원하는 물질을 회수하는 정제 과정이 '제련'이다. 제련 공정을 거쳐야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수산화 리튬과 황산니켈 등을 뽑아낼 수 있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이다. 제련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리튬 59%, 니켈 65%, 코발트 82%로 압도적이다. 광산과 같은 부존자원 없이도 기술만으로 세계 원자재 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셈이다.
원자재 가공 인프라는 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중국의 배터리 기업인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는 자국에서 원자재 가공, 배터리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밸류 체인을 갖고 있다. 중국에 제련 시설의 대부분이 자리하고 있어 근거리에서 원자재를 조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CATL이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으로 올라선 배경이다.
정부는 선광·제련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저품위 광물에서도 고순도 핵심 광물을 확보할 수 있는 선광·제련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발표도 했지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이행 과정은 분명확하다.골드만삭스는 중국을 배제한 자체 배터리 공급망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기차 소재 제련 부문에 121억달러(15조원)를 투자해야 한다고 추산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환경 규제부터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제·제련 공정이 환경 오염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이미 세계 각국에선 친환경적인 원자재 가공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호주의 제련 기업인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Australian Mines·AM)'는 친환경 공법을 적용해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과 코발트를 생산하는 '스코니(SCONI)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정부와 기업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