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 정작 위급한 상황 판단 힘들다 토로
참사 발생 전후 5개월 간 2배 늘어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 출동 최고 수준 단계인 코드제로(0) 발령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경찰서에서는 '긴급출동이 쏟아지다보니 정작 위급한 상황을 판단하기 힘들다'는 토로가 나오고 있다.
15일 뉴스핌이 확보한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전체신고 대비 코드제로 발령 비율은 참사 발생 전후 5개월간 2배 가까이 늘었다.
112신고 현황 분석을 보면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전체신고 대비 코드제로 발령 평균 비율은 0.64%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체신고 대비 코드제로 발령 평균 비율은 1.14%로 나타났다.
이는 이태원 참사 후 중대사고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현장에서도 실제 코드제로 발령 빈도가 참사 후 대폭 늘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간부 A씨는 "하위 단계의 코드로 발령했다 추후에 책임 문제가 생기는 것보단 어떤 상황일지 판단이 안 서면 일단 코드제로로 발령해서 문제 발생 확률을 낮추는 분위기"라며 "이렇다 보니 최근 코드제로 100건 중 정말 위급한 신고는 불과 1~2건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 B씨도 "참사 이후 코드제로나 코드원(1) 비율이 올라간 것이 사실"이라며 "고속도로 차선 싸움, 가족간 폭력 등 허위신고나 오인신고, 보복성 신고에도 코드 제로가 발령되다 보니 출동했을 때 실제로 긴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일선 경찰들은 '한정된 인력으로 긴급신고에 총력대응을 해야 한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C씨는 "이제는 정말 한계가 온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걸러질 것도 안 걸러지고 (코드제로가) 뜬다"며 "인원은 한참 부족한데 긴급신고는 계속 뜨니까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드 구분 메뉴얼이 있지만 실제론 자의적 판단에 맡기다 보니 구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과거 코드제로 발령 신고들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보다 객관화·세분화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급증한 코드제로 발령 신고들을 먼저 되짚어보고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후 경찰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명확한 지표를 만들고 코드 분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코드제로 발령 기준을 세분화해서 신고 접수시 일정 항목 이상 해당된다면 자동 발령되게끔 시스템화 돼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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