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LFP 배터리 개발 본격화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국내 배터리 기업이 정부와 손잡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 ESS용 LFP 파우치 셀. [사진=LG에너지솔루션] |
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세계 최고 품질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을 목표로 4년간 정부 164억원, 민간 69억원 등 총 233억원 투입하는 연구개발(R&D) 과제가 추진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지난달 28일 '고성능 리튬인산철전지 양극소재, 전해액, 셀 제조기술 개발' 사업의 수행 기관을 확정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배터리 부문 삼성SDI‧쉐메카, 양극재는 에코프로비엠, 전해질은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장비는 씨아이에스 등 주요 기업들이 모두 참여한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LFP 배터리 양극 소재 국산화와 세계 최고 에너지 밀도를 가진 LFP 배터리셀 제조 기술 개발이다. 현재 160Wh/kg 에너지밀도를 200Wh/kg로 올리는게 목적이다. 기존 양극 전극을 두껍게 만들어 최대한 많은 리튬 이온이 셀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고, 두께가 리윰 이온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약하지 않도록 이에 적합한 전해질도 개발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 개발에 방점을 뒀지만, 중국 기업이 LFP 배터리의 단점이었던 에너지 밀도를 대폭 개선했다.
또 중국 기업은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을 적용해 더 많은 배터리 셀을 탑재해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여러개의 셀(Cell)이 모여 모듈(Module)을 이루고, 또 다시 몇개의 모듈이 팩(Pack)으로 구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모듈을 생략했다. 이를 통해 공간 효율을 극대화해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LFP 가격이 삼원계보다 저렴한 점도 주효했다. 삼원계에 핵심 원자재인 니켈과 코발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를 리튬과 철 등으로 대체한 LFP가 가격면에서 우위를 갖추게 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투자자 컨퍼런스 통해 "미래에는 240TWh 배터리 필요할 것이며 이를 위해 가장 풍부한 광물자원인 철을 기반으로 하는 LFP 배터리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내년엔 LFP 배터리 수요가 삼원계 배터리 수요를 뛰어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수요의 40%를 LFP 배터리가 장악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LFP 배터리를 탑재한 보급형 모델 출시를 선언했다. 기존에는 주로 중국 전기차에 적용됐던 LFP 배터리가 벤츠 등 고급 차량의 차세대 엔트리급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SK온이 '인터배터리 2023'에서 공개한 LFP 배터리 시제품. [사진=SK온] |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도 뒤늦게 LFP 배터리를 포함한 연구개발, 공장증설 등 투자에 본격 돌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LFP 배터리 양산 계획을 내놨다.
LG엔솔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이어 전기차용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LG엔솔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에 ESS 전용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LG엔솔은 지난달 16일 열린 2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LFP 시장 규모 확대 가능성, 고객 수주 및 니즈를 파악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EV용 LFP배터리 진출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도 최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사업 성장을 위해 볼륨(보급형) 시장과 전력용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타깃으로 LFP 등 코발트 프리 콘셉트의 볼륨 세그먼트 플랫폼을 준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양산을 염두에 두고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SK온은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에서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처음으로 전기차용 LFP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였다.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는 시기는 2025년쯤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LFP 밸류 체인을 구축은 긍정적이지만, 단기간 내 중국의 LFP 배터리 기술과 인프라를 따라 잡기는 어렵기에 중국 LFP 배터리사의 우위는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