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美완성차업체와 기술제휴로 우회 진입
미국 완성차 포드에 이어 테슬라도 중국기업과 제휴
국내 배터리사 "우려사항 아냐...원가경쟁력 높일 것"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중국 배터리 기업인 CATL(닝더스다이)이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현지에서 배터리 공장 설립 논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에 한국 배터리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국 완성차와의 '기술제휴'라는 허점을 파고 들어 미국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29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테슬라는 CATL과 합작해 텍사스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자동차기업인 포드사도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드는 35억 달러(약 4조6000억원)를 투자하면서 공장 지분 100%를 소유하고, CATL은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제한하고 있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사진=셔터스톡] |
또 중국 최대 전기차·배터리 업체인 BYD도 칠레 북부 안토파가스타 지역에 2억9000만 달러(3800억원) 규모의 리튬 배터리용 양극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BYD는 칠레에서 연간 5만 톤의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BYD가 칠레에서 핵심 광물인 리튬을 공급 받아 양극재를 만들고 이를 배터리 제조에 활용해 미국 IRA 규제망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중국기업을 배제하기 위해 IRA 도입을 추진한 미국 정치권의 취지와 다르게 미국 완성차 기업들이 중국 배터리 기업과 손잡으려는 이유는 배터리 비용문제 때문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저렴한 인산과 철로 만든 LFP배터리가 뜨고 있어서다. 이 분야에선 중국 CATL이 강자다. 포드, 테슬라가 CATL과 손을 잡은 이유다.
반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NMC(니켈·망간·코발트) 배터리는 성능은 좋은데 가격이 높다. 매장량과 생산량이 매우 적은 코발트 등의 희귀 금속을 쓰기 때문이다. 자동차 완성차들이 전기차 가격 경쟁에 나서면서 LFP배터리에 수요가 증가하자 한국 배터리기업들도 속속 LFP배터리 개발, 생산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27일 열린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LFP 등 코발트 프리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주시하고 있다. 이창실 LG엔솔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중국기업 미국 진출에 대한 미국의 반감이 강한데다 중국 배터리 기업이 미국에 최종적으로 진출하더라도 미국내에서 사업이 안정화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실제 미국내에선 IRA를 주도한 미국 상·하원의 몇몇 의원들 사이에서 중국기업 우회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중국기업들이 IRA 허점을 파고든 만큼 세부사안을 다시 개정하지 않는 한 움직임을 막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기업과 미국 완성차 업체간 협업은 윈윈 전략이기 때문에 미국내 협업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국내 기업은 배터리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등의 만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