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 15.7%로 연중 최저
부동산 규제완화 이후 경쟁 늘어 고가 낙찰 부담
전세사기, 깡통전세 확산에 투자심리 위축도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전국적으로 깡통전세 불안이 확산하는 가운데 빌라·다세대 주택에 이어 아파트도 경매 낙찰률이 10%대로 내려앉았다.
전세시장 불안에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인 전세가율이 하락하면서 투자 리스크가 높아졌다. 올해 초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로 투자심리가 살아나 낙찰가율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집값 추가 조정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가 낙찰에 부담을 느낀 셈이다. 전세사기, 깡통전세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경매시장의 '눈치보기' 현상이 한층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아파트 낙찰률, 연초 37%에서 15%로 '반토막'
10일 부동산업계와 대한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에 나온 서울지역 아파트 159건 중 25건이 주인을 찾아 낙찰률 15.7%를 기록했다. 10건 중 8건 이상이 유찰된 것이다.
지난달 낙찰가율은 연중 최저치이자 작년 11월 이후(12.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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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규제 완화에 나서자 주택시장 '선행지표' 격인 경매시장이 빠르게 반응했다. 저가 매수세가 늘며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동반 상승했다. 작년 12월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률이 17.5%에서 올해 1월에는 37.8%로 2배 넘게 치솟았다. 2월 33.1%, 3월 28.8%으로 30%대 수준을 오르내리다 4월 10%대로 급락한 것이다.
강남권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비강남권 아파트의 낙찰률이 부진했다. 강남구는 16건 중 4건이 주인을 찾아 낙찰률 25.0%를 나타냈다. 강동구는 50%, 서초구 25.0%, 송파구 20.0%를 각각 기록했다. 서울 평균치를 상회하는 수치다.
반면 비강남권은 낙찰률 '제로'인 지역이 다수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경매 건수가 가장 많았던 관악구는 경매에 나온 19건 모두 유찰됐다. 동작구 8건, 강서구 7건, 성동구 7건, 종로구 6건, 도봉구 6건, 영등포구 5건, 구로구 2건이 경매에 넘어갔으나 모두 주인을 찾지 못했다,
빌라·다세대 주택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지난달 서울지역 빌라·다세대의 낙찰률은 10.6%로 역대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10건 중 9건 정도가 유찰된 셈이다. 아파트는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반짝' 회복을 기록했으나 빌라·다세대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낙찰률 13.4%에서 2월 10.3%, 3월 10.0%를 나타냈다.
◆ 전세사기·깡통전세 확산에 투자심리 위축
경매시장의 낙찰률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연초 이후 시행된 투기지역 해제와 대출 완화 등으로 경매 낙찰률, 낙찰가율이 높아졌다. 규제 완화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집값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매 참여자가 늘면서 고가 낙찰이 늘었고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낮아진 상태다.
'깡통전세'도 부담이다. 특히 빌라·다세대 주택을 중심으로 발생한 전세사기, 깡통전세 현상으로 투자 리스크가 높아졌다. 전셋값 하락이 지속하면 시세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매수자의 투자액 부담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 사이렌' 정보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시·군·구에서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80%를 넘는 연립·다세대 주택의 지역은 총 25곳, 아파트는 총 33곳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에 광역 시·도 단위는 제외한 것으로, 실거래 사례가 적어 공개되지 않는 기초자치단체까지 포함하면 실제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곳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집값과 전셋값 하락이 지속하고 있어 깡통전세 불안이 더 가중되는 상황이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깡통전세가 확산하면서 경매시장의 낙찰률이 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며 "집값 회복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당분간 '눈치보기'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