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세제, 재건축, 청약 등 전방위적 규제해제…경착륙 저지하고 연착륙 유도
'전세사기' 징후 '깡통전세'와 '역전세난'서 나타나…선제적 대응 놓치고 손절도 늦어
원희룡 장관의 순발력과 추진력 장점 살려야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집값은 올라도 문제지만 내려도 문제다. 해서 국토교통부 주택 관련 담당 공무원들은 다른 어떤 부서보다 업무 강도가 쎈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26번의 부동산대책을 쏟아냈고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문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부분을 뽑아내는 작업을 했으니 말이다. 때문에 언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출입기자들 역시 항상 안테나를 세워야 할 부서이기도 하다.
최근 주택 관련 국장급과 과장급들과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다. 당시 이들 공무원들의 얘기 속에 잠시나마 '평화'와 '안도'의 표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전세 사기 관련 이슈가 터지기 전의 시기였다. 문 정부 내내 미친 듯이 치솟던 집값과 전셋값이 윤 정부로 정권 바뀌기 무섭게 곤두박칠 치니 이들 부서 공무원으로선 '열탕과 냉탕' 사이를 오가며 받는 업무 강도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1·3대책 발표 이후 급락세를 보이며 꽁꽁 얼어붙어 있던 부동산 시장 지표가 조금씩 급락 폭을 줄여나가는 추세를 꾸준히 보이면서 굵직한 부동산 후속대책도 일단 멈춘 상태다.
이날 식사자리에서도 이 같은 얘기들이 소재로 거론됐다. 이들 공무원이 집값과 전셋값을 두고 으레 하는 말이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물가상승률 만큼 오르는 게" 이들의 정책적 목표라는 것이다. 실제 유사한 일이 일어났다. 올 들어선 경착륙 우려에서 연착륙 기조로 완연히 바뀌는 부동산 지표들이 나오니 이들이 한숨 돌릴 여유의 표정이 읽혀진 것이다.
물론 부동산 시장의 추세 변화 축은 분명 금리였다. 하지만 급격한 미국 금리 인상에 뒤쫓던 기조에서 '디커플링'하며 경착륙을 저지한 것도 정부(한국은행)의 의지였음을 잘 알고 있다. 여기에 세제, 재건축, 청약 등 전 방위적 규제 해제가 없었다면 흐름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점은 윤석열 정부 1년을 맞은 시점에서 언론 대부분이 인정하고 평가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가장 안타까운 상황이 '전세사기'다. 전세사기가 드러난 주택 유형이 전형적인 서민주거형태인 빌라 등 연립주택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세파악이 쉽지 않았다는 점과 전세자금대출 등을 악용해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됐다는 점이 잇따른 서민의 무고한 죽음으로 드러나게 됐다.
문제는 정부 역시 사기꾼의 먹잇감이 되도록 방치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전셋값과 집값 폭등을 불러 온 '임대차 2법'에 대한 빠른 손절은 커녕 지금까지도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게 윤석열 정부다. 문재인 정부 탓하기에는 '골든타임'을 윤 정부 스스로 간과한 것이다. 여기에 마구 풀어 준 전세자금대출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음에도 금융당국이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국토부 역시 오판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집값이 급락하는데 되레 전세대란 대책을 내놓았다. '상생임대인' 정책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전세사기가 판을 칠 수 있는 환경이 '깡통전세'와 함께 '역전세난'으로 바뀌어 가는데 따른 부작용을 안일하게 봤기 때문이다. 언론에선 이미 깡통전세 우려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고 집값과 전셋값 동반 급락으로 역전세난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자 역시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직 공무원에게 이런 문제를 강조했지만 "전세대책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식으로 소극적 반응을 보였다.
원희룡 장관이 부지런한 장관이라는 점에선 국토부 안팎은 물론 출입기자들도 '역대급 장관'으로 인정하는 바다. 게다가 문제가 있으면 어떤 현장이든 직접 달려 가 직접 민의를 청취하고 정부 정책에 반영하거나 단호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홍길동형'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대권 잠룡이란 인식 때문에 국토부 장관으로서 정책의 깊이보단 대권 행보를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이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전세사기의 사후 대응 추진력도 중요하지만 이런 징후를 이미 보였을 때 선제적 대응을 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원희룡 장관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