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시야 '해상 날씨 최대 관건'
연료 찼거나 잔류땐 '폭발 위험'
중·러 부품·독자 개발 여부 확인
엔진·위성체 발견땐 분석 큰 성과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우리 군이 7일 북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실패 낙하물을 수거 인양하고 탐색하는 작업을 8일째 재개한다. 다만 서해 현장의 물살이 거세고 수심이 깊어 수중의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아 날씨가 최대 관건이 되고 있다.
북한 발사체를 끌어 올리기 위한 수중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추가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합동참모본부는 밝혔다. 북한 발사체 일부를 추가적으로 찾기 위한 탐색작전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특별한 진전이 없다.
물살이 거세고 파도가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양작전을 하게 되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극도로 안전에 주의해야 하는 상태다. 일단 우리 군은 북한 발사체 1단과 2단 연결 부위가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5월 31일 북한이 이날 새벽에 쏜 우주 발사체 일부를 어청도 서방 200여 km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면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합참] |
◆북한, 과거 발사체 모두 폭파시켜
북한은 과거에 장거리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 시험을 할 때는 거의 모든 발사체를 공중에서 폭파시켰다. 한미가 발사체 부품 하나라도 찾지 못하게 폭파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중 폭파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장거리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 시험을 할 때는 오작동이나 제대로 시스템이 기능을 하지 못하면 통제소에서 공중 폭파시키거나 자폭하게 설계를 한다. 다만 이번에는 북한이 폭파에 실패했고 거의 온전한 상태로 비정상적 비행 후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 발사체 안에 연료가 어느 정도 차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해류에 쓸려나갔고 연료 흔적만 남아 있을 수도 있다. 1단 추진체는 정상 비행 후 분리에 성공한 것으로 보여 연료를 다 썼다.
2단 추진체는 연료가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비정상적 비행과 추락하는 과정에서 균열이 생겨 연료가 다 빠져나갔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 발사체가 떨어진 해상과 동체에 연료 흔적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북한 발사체가 해상에 떨어질 때 강한 충격으로 폭발했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북한 발사체에 연료가 온전하게 남아 있었다면 해상에 떨어지는 강한 충격으로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폭발하지 않고 연료가 남아 있다면 독성이 강한 연료 때문에 인양작업을 할 때 극도로 안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 군이 발사체를 처음 발견했을 때 공개한 사진들을 보면 발사체가 크게 찌그러지거나 균열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아직도 연료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인양 과정에서 폭발하거나 인체에 해를 줄 위험이 있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북한 발사체의 엔진과 탑재 위성체를 찾을 수 있을지 여부다. 해수면에 떨어질 때 엄청난 충격으로 엔진과 위성체가 튕겨줘 나가고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 군이 찾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1단 추진체를 제외한 나머지 2·3단과 위성체 부분이 수십t의 엄청나게 무거운 발사체여서 해수면에 닿는 순간 엄청난 폭발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발사체 전체 무게는 100여t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답변한 것처럼 100km까지 산재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군이 함정과 항공기를 투입해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의 잔해물을 인양하는 작전을 하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 6월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보고한 북한 낙하물 사진과 낙하 지역. [사진=국방부] |
◆미국, 북한 발사체 분석에 지대한 관심
북한 발사체를 추가로 발견하고 인양 수거하게 되면 북한이 이번 위성 발사체에 어떤 재질을 썼고 어느 나라 부품까지 도입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은 오랫동안 미국과 국제사회의 전방위 강력 제재를 받고 있어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적극 지원하거나 타국 부품들이 대거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북한이 100% 자신들의 부품만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는 없어 중국제나 러시아제 부품이 나올 수도 있다.
북한 발사체를 건져 올리면 당장 무게가 어느 정도 되고 발사체를 어떤 것으로 어떻게 만들었고 어느 부분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는지는 충분히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북한이 지난 5월 31일 새벽에 쏜 군사정찰위성 1호기의 낙하물을 인양하기 위해 당일 낙하 직후부터 8일째 인양·수색 작전을 벌이고 있다. 전북 군산 어청도에서 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바다에 해군 해난구조전대(SSU)를 투입해 75m 해저로 내려가 인양작전을 하고 있다.
심해 잠수사들이 해저에 완전히 수평으로 누워 있는 15m 길이의 2단 발사체를 고장력 밧줄로 묶는 데까지는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 발사체를 선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추가로 밧줄을 더 단단히 묶은 후에 손상되지 않게 인양해야 한다.
우리 군은 북한 발사체를 일단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로 옮겨 조사할 계획이다. 현재 해역에는 3500t급 수상함구조함 통영함(ATS-Ⅱ)과 광양함(ATS-Ⅱ), 3200t급 잠수함구조함(ASR) 청해진함 외에도 선박 여러 척이 투입됐다.
이 장관은 지난 6월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계기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만나 북한 발사체를 공동 조사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어떤 발사체를 쐈는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 한국과 정밀 분석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2012년 12월 서해에서 인양한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잔해 조사 때도 공동조사단를 꾸렸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