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한국 롯데리아로부터 상표 사용료 미징수
국세청, 호텔롯데에 240억 과세→98억 감면
1·2심 호텔롯데 승소...대법서 확정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상표권자가 상표 사용자로부터 상표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은 경우에도 경제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명시적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호텔롯데가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부과처분취소소송 상고심을 열어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1973년 설립된 호텔롯데는 롯데리아 등 상표 등을 등록해 사용해왔는데, 롯데리아 상표를 사용하는 한국 롯데리아로부터 상표 사용료를 징수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호텔롯데가 상표들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계열사인 상표사용법인으로부터 상표사용료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보고, 과세처분을 내렸다. 과세 규모는 2008~2012년 약 240억원이다.
이후 호텔롯데는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고, 심판원은 상표사용률 등을 변경해 상표사용료를 산정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국세청은 98억원으로 감면 금액을 통보했으나, 롯데호텔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1심 재판부는 호텔롯데 승소로 판결했다. 호텔롯데는 상표권을 등록한 이후 이를 영업에 사용하거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상표권에 대한 대부분의 재산적 가치가 롯데리아에 의해 형성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했다. 호텔롯데가 한국 롯데리아로부터 상표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은 것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거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상고심 쟁점은 상표권자가 계열회사인 상표 사용자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은 것이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된 것으로서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대법은 "상표권자가 상표 사용자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그 행위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며 원심 판결을 정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상표권 사용의 법률상·계약상 근거 및 그 내용, 상표권자와 상표 사용자의 관계, 양 당사자가 상표의 개발, 상표 가치의 향상, 유지, 보호 및 활용과 관련해 수행한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투여한 자본과 노력 등의 규모, 양 당사자가 수행한 기능이 상표를 통한 수익 창출에 기여 여부 및 그 정도, 해당 상표에 대한 일반 수요자들의 인식 등도 고려 대상으로 봤다.
대법 관계자는 "상표 사용료 징수의 근거가 되는 상표에 화체된 무형의 재산적 가치는 상표권자나 상표 사용자가 상표의 사용과 관련하여 투여한 자본과 노력 등에 의하여 획득되고 상표 사용의 정도 및 인지도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전했다.
이어 "상표권자가 상표 사용자로부터 상표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은 경우에도 상표권 사용의 법률상·계약상 근거, 상표권자와 상표 사용자가 상표의 개발 및 가치 향상과 관련하여 수행한 기능과 투여한 자본, 수익창출에 대한 기여도 등을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며 의의를 부여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