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전용기타고 민스크 행
러 정부도 관련 수사 종결
벨라루스 머물지만 향후 푸틴의 보복 피하기 힘들 듯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무장반란을 일으켰던 러시아의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떠나 벨라루스에 도착했다. 이로써 한때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프리고진의 반란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고, 프리고진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이날 일부 현지 언론과 외신 등을 통해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를 떠나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로 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만 이 전용기에 실제로 프리고진이 탑승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뒤 알렌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프리고진이 자국에 왔다는 것을 공식 확인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국영 매체를 통해 "오늘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에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자료=야후 뉴스] |
그는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벨라루스에 머무는 것 뿐 아니라 자국 군대에 도움을 활동도 환영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벨라루스 내에 버려진 군사기지를 바그너 그룹이 사용하도록 제안했다고 전했다.
한편 프리고진의 출국에 맞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성명을 통해 바그너 그룹 반란사건에 대한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앞서 크렘린 당국과 프리고진은 벨라루스 정부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국방부와 재계약을 하거나, 러시아를 떠나 벨라루스로 망명하거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날 TV 연설을 통해 바그너 그룹에 대한 이같은 약속을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따라서 프리고진도 반란 포기의 반대급부로 러시아 정부로부터 일종의 면죄부를 받고 이날 벨라루스로 떠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이 일단 벨라루스에 안착했지만, 향후 그의 신변 안전이 지켜질 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자신의 지도력을 뒤흔든 무장 반란 사태를 뒷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바그너 그룹 용병에 대한 안전보장도 잡음 없이 사태를 신속하게 마무리 지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이번 사태 수습을 마무리하고, 바그너 그룹을 완전히 장악하면 냉혹한 리더십으로 권좌를 지켜온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은 반란 수괴'를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반란을 막은 군인들을 치하하는 연설을 통해 프리고진에 지원된 막대한 정부 자금에 대한 사용처에 대해 조사를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더구나 프리고진이 옮겨간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수족처럼 부리는 인물이다.
프리고진의 힘이 빠지면 벨라루스에서 사실상 감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잘 아는 프리고진이 머지 않아 벨라루스를 떠나 자신에게 우호적이고 잔존 세력이 남아있는 아프리카 등지로 다시 도망쳐 몸을 숨길 것이란 외신도 나온다.
한때 푸틴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며 러시아 군부까지 뒤흔드는 권세를 누렸던 프리고진의 몰락은 이제 시간 문제인 셈이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