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박훈정 감독이 K액션 무비라는 장르를 '신세계'와 '마녀' 이후 영화 '귀공자'로 확장했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액션, 스릴러 장르가 사랑받는 만큼 그의 행보에 국내외 영화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박훈정 감독은 최근 '귀공자' 개봉 관련 인터뷰에서 새롭게 선보이게 된 영화와 귀공자 캐릭터, 작품 속 설정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뉴스나 어떤 사회적 문제를 보더라도 박훈정 감독 나름대로의 관점과 이야기를 담아 풀어내는 습관이 '귀공자'에서도 묻어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귀공자'의 박훈정 감독 [사진=스튜디오앤뉴] 2023.07.05 jyyang@newspim.com |
"'귀공자'가 또 새로운 세계관이라 보시고 후속을 준비하느냐는 질문도 있는데 아직 밀린 숙제들이 많아요. 차분히 다 해나간 뒤에 생각해 볼 수 있겠죠. '마녀'나 다른 영화의 세계관이 합쳐지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을까 궁금하신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재미는 있겠는데 아직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귀공자'는 박훈정 감독의 전작들에 이은 연장선에 있는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중심에 둔 영화다. 다소 무거운 문제의식을 담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유머코드를 활용해 재미를 놓지는 않았다. 박 감독은 "이야기보다 캐릭터 중심의 영화를 많이 해왔고 캐릭터의 변주를 주는 걸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편이다"라면서 이번 영화를 이끌어가는 귀공자 캐릭터를 설명했다.
"어떤 이야기든 전형적인 틀이 있게 마련이고 장르물의 범주를 벗어나기 쉽지는 않아요. 그 안에서 캐릭터들을 좀 더 부각시키게 되고 고민을 많이 해요. 코피노 얘긴 굉장히 무거운 소재이기도 하죠. 조금 오래전부터 생각했고 언론이나 다큐에 많이 나왔어요. 그들을 일방적인 희생자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모두 나름대로의 삶이 있고 생활이 있어요.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가 굉장히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편의 뒷통수를 한번 세게 치는 얘기를 해보고도 싶었고요. 처음엔 일단 무조건 재밌어야 한단 전제가 있었어요. 영화를 재밌게 보되, 보고 나면 이 문제를 몰랐던 사람, 관심 없었던 사람들이 한번 더 들여다보고 관심 가지면 좋지 않나 생각했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귀공자'의 박훈정 감독과 배우 김선호 [사진=스튜디오앤뉴] 2023.07.05 jyyang@newspim.com |
'귀공자'의 원제는 '슬픈 열대'였다. 항간에는 귀공자 역의 김선호의 분량이 늘어나면서 제목이 바뀌었다는 설도 돌았다. 영화 제작 초반 김선호의 사생활 이슈로 주연이 바뀔 뻔한 위기도 있었다.
"시나리오 쓰고 작품을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원래 무겁고 어둡고 잔혹한 이야기였는데 그런 부분들이 많이 연해졌어요. 당초의 제목으로는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을 거라 생각됐고, '더 차일드'로 변경했죠. 한국 영화인데 영어 제목을 쓰는 건 좀 그래서 직관적인 제목으로 정하게 됐어요. 김선호씨는 제가 생각하던 귀공자 캐릭터를 가장 잘 그려낼 거라 생각됐고 선택지가 없었어요. 그때 상황이 하루 하루 달라지고 롤러코스터 타듯이 오르락내리락했죠. 그 상황에서 제작자로서보다 연출자로서 판단을 더 우선했어요. 이 캐릭터는 이 친구가 딱이야 라는 마음 때문에 그대로 밀고 나갔죠. 마지막에 피칠갑이 된 채로 머리를 쓸어넘기는 얼굴이 정말 마음에 들었고, 만족합니다."
박훈정 감독은 '신세계'와 '마녀' '낙원의 밤' '귀공자'까지 주로 한국의 독특한 감성을 담은 액션 누아르 영화를 주로 연출해왔다. 그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전성기를 맞았던 홍콩 액션 영화의 영향을 깊게 받았음을 얘기했다. 그러면서도 "영화 속 액션신이 사실은 폭력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다소 흔치않은 해석을 내놨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귀공자'의 박훈정 감독 [사진=스튜디오앤뉴] 2023.07.05 jyyang@newspim.com |
"인류의 역사는 사실 폭력의 역사이고 모든 갈등의 해결 방법 중에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죠.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 중에 하나라고도 생각해요. 수트 입고 우아한 사람들도 결국 폭력으로 뭔가를 이루고 해결하려고 하고 모순적이고 위선적인 면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게 작품 속에서 투영이 되는 것 같아요. 현대 사회에서도 모든 나라가 검찰력과 군대란 물리적인 폭력집단을 갖고 죠. 인간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하게 돼요. 영화에서도 액션이 아니라 폭력을 연출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위가 높다고 느끼실 수도 있어요. 대체로 극한에 몰리거나 방법이 없어서 폭력은 벌어지게 마련이죠. 장면 자체를 액션적인 합이라기보다 오히려 액션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라기도 해요."
최근 극장가 침체와 OTT의 급부상 등 한국 영화가 직면한 문제에 있어 박 감독도 고민이 깊었다. 그는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귀공자'에서 함께 한 김선호, 김강우와 그는 그대로 차기작인 '폭군'으로 재회한다. 박훈정 감독의 액션을 사랑하는 마니아들 사이에 꾸준한 '신세계' 시퀄 무비 요구에 그는 "언젠가는 나온다"면서 여지를 열어뒀다.
"김선호 씨와 김강우 씨의 장단점을 잘 알고, 그들도 저와 서로 잘 알고 익숙해졌으니까요. '귀공자'에서와 완전히 다른 역할이고, 어떤 캐스팅을 해도 장단점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쇄할 수 있는 배우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신세계' 시퀄은 사실 이정재 배우랑 예전부터 얘기를 하긴 했었죠. 아마 이자성이 더 늙어서 중년의 느낌이 나야하니까 멋지게 늙었을 때 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얘길 나눴어요. 언젠간 나온다, 정도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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