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벌금형→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 있는 행위로 볼 수 없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조합원들이 농성을 하는 와중에 지지 집회를 개최하고 이들에게 음식물 등을 제공하여 업무방해방조 혐의로 기소된 노조 간부들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업무방해방조 혐의로 기소된 전직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간부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철도노조 서울본부 본부장이던 A씨 등은 한국철도공사에서 시행하기로 한 순환전보에 반대한다며 서울차량사업소 조명탑에 올라 농성을 하는 조합원들을 위해 필요한 물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4년 한국철도공사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순환전보를 실시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반대한 철도노조 일부 조합원들은 조명탑에서 순환전보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을 진행했다. 피고인들은 조명탑 아래 천막을 설치하며 이들에 대한 지지 집회를 개최하고 음식물과 책 등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하여 업무방해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정범들의 목적이 순환전보 반대로 동일했던 점 ▲피고인들이 천막을 설치하고 집회를 개최한 장소는 조명탑 바로 아래로 정범들의 농성을 지지하여 그들의 결의를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비록 피고인들이 물품을 올려준 것에 인도적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정범들의 농성을 용이하게 하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이들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정범들이 피고인들과 무관하게 조명탑 농성을 계획하고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는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방조범인 피고인들과 정범 사이의 형량의 형평성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된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각각 벌금 100만원~50만원으로 감형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와 정범들의 업무방해죄 실현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 결정했다.
대법원은 ▲정범들의 조명탑 농성 계획에 피고인들이 관여하지 않은 점 ▲피고인들의 천막 설치 및 집회개최는 표현의 자유와 단결권의 보호 영역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들이 음식 등을 전달한 행위는 정범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것이었던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농성에 일부 도움이 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범들의 범죄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