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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가 매각한 저유소 노후 기름탱크 수년째 방치...주민 불안

기사입력 : 2023년07월20일 11:11

최종수정 : 2023년07월20일 16:48

[인천=뉴스핌] 홍재경 기자 =인천시 중구 항동7가 연안부두 인근 옛 SK에너지 인천물류센터.

굳게 잠긴 출입문 옆으로는 이 곳이 SK에너지가 운영하던 저유소였음을 알려 주는 입간판과 소방당국의 위험물탱크 허가 내용이 담긴 알림판이 남아 있다.

붉은 벽돌 담장으로 둘러처진 축구장 6개 크기의 저유소(4만1950㎡) 내 건물과 높이 20m가 넘는 대형 유류탱크 10여기는 페인트가 벗겨지고 낡아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저유소와 직선거리로 20여m 가량 떨어진 A아파트에 사는 김중선(65)씨는 20일 "저유소 내 시설들은 그냥 있지만 4~5년전부터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작년 초에 주변에서 저유소가 매각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처럼 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질때는 남아있는 기름탱크가 폭발은 하지 않을까, 천둥· 번개가 치며 폭우가 내릴때는 노후된 탱크가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까 불안해 자주 저유소쪽을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인천=뉴스핌] 홍재경 기자 =폐쇄후 매각된 옛 SK에너지 인천저유소 전경 2023.07.20 hjk01@newspim.com

SK에너지가 인천저유소를 폐쇄하면서 남겨둔 수십년 된 위험물탱크 10여기와 지하 송유관이 수년째 방치돼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환경 및 소방 방재 전문가들은 바닷가 근처에 장기간 방치돼 있는 이들 노후 유류탱크 등은 정상적으로 가동될 때보다 안전 및 오염사고의 위험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취재결과 SK에너지는 인천저유소를 폐쇄하면서 설치돼 있던 유류 가스탱크 25기 가운데 30년 이상된 유류탱크 12기와 지하 송유관 일부를 철거하지 않고 현재까지 그대로 놔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 중부소방서 관계자는 "SK 인천저유소는 지난 1983년 설치됐으며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저유소 내 허가 받은 모든 위험물탱크와 송유관을 용도폐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위험시설물은 용도폐지와 동시에 소방당국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철거여부와 사고 책임은 소유주에게 있다"고 했다.

소방 방재 업계 관계자는 "저유소를 폐쇄할 경우 노후 유류탱크와 송유관 등은 관련법에 따라 용도폐지를 한 후 안전사고와 오염방지 등을 위해 철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의 환경단체 관계자는 "바닷가에 있는 시설물들은 염분에 의한 부식이 다른 곳보다 빨리 진행된다"며 "폐쇄된 인천저유소 내 위험물탱크는 최대한 빨리 철거한 후 토양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오염토에 대해서는 정화작업이 이뤄져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3월에는 SK 인천저유소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S오일 저유소에서 내구연한이 10년 가량 남은 지하송유관이 부식돼 다량의 벙커 C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 중구의 한 의원은 "SK에너지가 수십년 동안 저유소를 운영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낡은 위험물만 버려두고 떠난 꼴"이라며 "지금이라도 SK에너지의 저유소 폐쇄 및 매각 과정을 살펴 문제가 드러나면 구의회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인천저유소 내 유류탱크와 송유관 등 위험시설물을 용도폐지한 후 2년 넘게 방치하다 지난 2021년 11월 부동산개발업체에 저유소를 통째로 매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SK에너지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저유소 부지를 매각했다"며 "유류탱크 등 위험시설물 처리에 관한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저유소 부지를 매입한 B부동산개발업체도 이와 관련, 답을 하지 않았다.

인천 중구의 시민단체 관계자는 "SK에너지의 인천저유소를 폐쇄· 매각과정을 보면 오직 회사의 이익만 있을 뿐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십년을 옆에서 함께 한 주민들에 대한 염려나 배려는 전혀 없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SK그룹의 이 같이 주민과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사익 우선주의 회사 운영이 반복되지 않도록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hjk0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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