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생에너지 비중, 총 발전량의 8%에 불과
주민 반발에 번번히 무산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RE100 이행기업에 인센티브 지급 등 혜택"
전자업계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의 요구에 발맞춰 RE100 가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사용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여전히 비싼 재생에너지 비용과 경기 침체가 맞물린 비용 부담, 재생에너지 생산 및 공급과 관련된 제도, 인프라 미비 등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전환의 과도기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조수빈 =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이 더디게 진행되며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이 신규공장 입지를 결정할 때, 국내가 아닌 재생에너지 확보가 수월한 해외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태양광을 필두로 재생에너지 생산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한 한편 재생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자 RE100] 글싣는 순서
1. 기업 재생에너지 사용 급증에도 여전히 '산 넘어 산'
2. 재생에너지 전환 해외는 가능한데...국내선 '속앓이'
3. "재생에너지 사업 환경 개선·가격 안정화 절실"
◆ 반도체 불황, 국내 신규투자에 재생에너지 전환까지 막막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 소모량이 많은 업종 중 하나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2030년 말부터 가동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가 총 300조원을 투자해 2042년까지 5개 이상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규모는 세계 최대다. SK하이닉스는 120조원을 투자해 용인에 4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고 2025년 첫 번째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국내에 반도체 공장이 확대될 경우, 기업 입장에선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만큼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사진=용인시] |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 포럼 수석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에선 사실 이전까지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간 업황도 좋았고 생산자가 판매 우위에 있는 상황이기에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업황도 좋지 않고 경기침체도 겹친 상황이라 이러한 이슈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신규 증설도 국내에서 주로 하는 추세라 재생에너지 수요는 꾸준히 늘 것이고 상황이 매우 어렵게 돌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재생에너지 보급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은 총 발전량의 약 8%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발전량(환경부 기준)은 2021년 43.1TWh에서 2022년 53.2TWh로 10.1TWh 늘었다. 그러나 2022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이미 123TWh를 넘어간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기조가 기업의 재생에너지 확보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이달 말 착수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에도 무탄소 전원을 확대하고 신규 원전을 도입하는 내용이 핵심이 된다. 지난 10차 전기본에서는 신재생에너지 확보 비율을 기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공개한 30.2%에서 21.6%로 낮춘 바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정책이 정부 기조에 따라 달라진 부분은 기업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수출 제품이 많은 기업은 국내 정책 기조와 무관하게 재생에너지 전환에 발을 맞춰야 하는 상황인데 정작 국내에서 그 기반을 받쳐주지 못하니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재생에너지 발전, 이격거리·주민 수용성 개선...PPA 제도 재정비도
업계에서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에 맞게 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민간발전사의 사업 개발 환경을 개선해주는 정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개발 환경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민 수용성'이다. 민간발전 사업자가 태양광, 풍력발전소를 지을 때 그 입지 조건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발전소 설립이 지연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경우가 많다.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른 이격거리도 문제다. 개발행위 허가 및 운영지침을 통해 도로, 인가, 관광지 등과 태양광발전소의 이격거리를 규제하거나 경관훼손, 지가하락 등에 따른 주민 민원으로 이격거리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거리 규제가 상이하고 협의가 쉽지 않아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임자도 풍력기 [사진=전남도] |
김태한 수석연구원은 "전체적으로 정부가 어느 정도 입지조건을 만들어 준 환경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재생에너지 관련 이격거리는 지자체 조례에 자율적으로 맡기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에 불리한 형태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생에너지를 좀 더 싼 값에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이전 대비 저렴해지긴 했지만 아직 산업용 전력 요금과 비교하면 비싸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및 전력구매계약(PPA) 가격 등도 여전히 비싸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그나마 접근이 용이한 부분이 한국전력에 웃돈을 주고 전기를 사용하는 녹색프리미엄이다. 그러나 글로벌 고객사들은 온실가스 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추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녹색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한국의 녹색프리미엄은 이미 그린워싱의 수단이라는 비판도 많다. 정부가 녹색프리미엄을 판매해 나온 수익을 재생에너지 확대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PPA의 경우 고정가격으로 장기간 계약을 맺을 수 있어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는 줄일 수 있지만 한전의 망 비용 투명성이 낮다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센터 실장은 "전기요금이 오른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압박까지 들어오니 에너지 문제가 기업에 중요한 비용과 생산요소로 자리 잡게 됐다"면서 "RE100 이행 기업이 환경에 기여하는 상황을 고려해 인센티브를 준다든가, 친환경 공장이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요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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