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영화 '바비'가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흥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에서만 티켓 성적이 부진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의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젠더 갈등이란 사회적 문제 때문이란 분석이다.
가디언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 집계를 인용, 7월 19일 개봉일부터 이날까지 바비의 누적 관객수는 46만여명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12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PART ONE)'은 약 360만명, 지난 6월 14일부터 상영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580만명의 관객을 넘긴 것과 대조된다.
여성 권익 운동가 심모씨는 "페미니스트 유머가 담긴 여성 중심의 영화가 여전히 금기시되는 주제란 점을 바비가 의심의 여지 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특히 여성들이 바비를 보러 영화관에 가길 망설이는데 "한국에서 페미니스트로 낙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실질적"이라는 것이다.
심씨는 "'페미니즘'이란 단어가 한국의 많은 개인에게 더러운 단어로 여겨지고, 한국 사회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뿌리 깊은 가부장제란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거나 인정하길 꺼려한다"고 설명했다.
[사진=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홈페이지] |
바비가 한국에서 개봉되기 전 공식 포스터 오역 논란도 있었다. 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가 지난 4월 공개한 한국어판 바비 캐릭터 포스터에는 '바비', 켄 캐릭터 포스터에는 '켄' 이름만 번역돼 있었는데 영어 원문 포스터 문구는 각각 "바비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Barbie is everything)" "얜 그냥 켄(He's just Ken)"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번역상 오류가 아닌 의도적인 오역이란 비판이 일었고, 결국 워너브러더스는 원래의 문구로 수정해 재배포했다.
가디언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급진주의와 관련된 부정적인 개념으로 변모했고, 이러한 인식은 남성 위주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이제는 더 넓은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지난 2019년 설문조사를 인용, 한국 20대 남성의 과반이 페미니즘 운동을 믿지 않고 있고, 한국의 페미니즘은 남녀평등이 아닌 '여성 우월주의'에 관한 것이라고 믿는 여론도 대다수라고 소개했다.
또한 신문은 한국이 지난해 세계이코노믹포럼(WEF)의 '세계 성 격차 지수'(Global Gender Gap Index)에서 전체 146개국 중 99위로 하위권을 기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성별 임금 격차도 가장 심하며 이코노미스트지의 '유리천장 지수'(Glass Ceiling Index)에서도 '꼴찌'라고 부연했다.
다만 여성 출연진이 다수인 한국 영화 '밀수'의 경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단 점에서 무조건 페미니즘이 성적 부진의 이유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출신의 한국 영화 산업 평론가 제이슨 베셔베이스는 "한국 시장은 독특하다. 과거 '스타워즈'가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한 것처럼 미국의 주류 문화가 특징인 영화는 한국에서 큰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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