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과학적인 언어이자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외래어와 외국어 그리고 신조어가 무차별 하게 남용되고 있습니다. 방송과 드라마, 영화, 인터넷과 SNS엔 신조어 등이 넘쳐 납니다. 이에 뉴스핌은 미디어에 쓰인 한글 오남용과 함께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하는 이유를 풀어 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지상파와 케이블, 그리고 글로벌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드라마와 예능은 주요 프로그램이다. 전세계적 인기인 K콘텐츠는 신조어와 은어가 범람하고 있다. 드라마에선 은어와 신조어가 대사로, 예능에선 장면의 재미와 이해를 돕는데 사용되는 자막에 무차별 적용, 바른 우리 말을 해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라디오스타'에서 사용된 방송계 은어 [사진=MBC '라디오스타' 캡처] 2023.08.23 alice09@newspim.com |
'니마이', '싼마이', '시바이', '존예', '존잘', '존버', '노잼', '다시' 등. 일본어 표현인 은어와 신조어가 드라마 대사와 예능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방송된 KBS2TV '프로듀사'는 예능국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뮤직뱅크', '1박 2일' PD로 분한 스타들의 모습이 녹아 들었다. 방송국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보니, 방송계에서 사용되는 은어들이 대사로 고스란히 나오기도 했다.
당시 공효진은 극중 '뮤직뱅크' PD인 탁예진을 연기하며 "너 너무 니마이다. PD가 너무 니마이면 못 써. 적당히 쌈마이어야지"라는 대사를 뱉었다. '니마이'와 '쌈마이'는 모두 일본에서 유래된 말이다. 니마이는 '질이 좋고 멋지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반면 쌈마이는 '질이 낮거나 싸구려'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MBC '라디오스타'에서는 방송에서 쓰이는 일본식 은어이자, 웃음이 있는 상황을 일컫는 '시바이'라는 자막이 사용된 적도 있다. 이외에도 ENA 예능 '나는 솔로'에서 일반인 출연자가 '존예(매우 예쁘다는 의미의 속어)', '존잘(매우 잘생겼다는 의미의 속어)'를 말을 했고, 이는 자막으로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사진=ENA '나는 솔로' 캡처] 2023.08.23 alice09@newspim.com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51조(방송언어) 제3항과 제30조(양성평등) 제1항을 위반해 주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방송계 은어, 그리고 신조어가 자막으로 사용되는 횟수가 늘어나자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방심위 안건에 오르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TV조선 '와카남', JTBC '아는형님', '나만 믿고 따라와', tvN '놀라운 토요일 도레미 마켓' 등이 신조어와 비속어 등의 자막 표기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51조 3항을 적용받아 심의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아는 형님'은 4기 위언회에서 동일 조항 위반으로 '권고' 2건,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도시어부'는 '권고' 4건 등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다.
자막의 경우 장면의 이해를 높이고 재미를 유발하는데 사용되지만, 신조어와 은어를 남용해 오히려 이해와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여기에 세대 간의 소통을 단절시키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국PD 연합회는 이러한 자막 사용에 제재를 하는 것에 반기를 들고 있다. 현실에서 사용하는 살아있는 말을 배제한 채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려우며, 창작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전 연령대가 드라마와 예능을 즐겨 보는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신조어와 은어 사용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창작자 역시 언어 습관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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