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예술지원과 문화행정으로 예술위의 새로운 50주년을 설계한다.
정병국 위원장은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예술위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이런 부분들을 원활하게 만들어주고 서포트하는 기관이다. 일반 국민적인 관점에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들이 양질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끔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8.31 choipix16@newspim.com |
"처음에 대국민업무보고 한다고 하니까 정치인이 쇼를 잘한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었어요. 오자마자 14차례에 걸쳐서 현장 업무보고를 거쳤죠. 올해 내내 미비했던 시스템들을 정비하느라 심사제도 변경, 심사위원 개편, 많이 가지를 쳐서 있던 사업들도 대폭 통폐합을 해서 운영, 지원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도모하려고 합니다. 예술위가 50주년 맞이하고 재건 50년을 위해 혁명적인 과정을 겪고 있죠. 정책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한 안을 전문가들과 공청회 검증 거쳐 만든 것이라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내년 집행해보고 시행착오 보완해 자리잡을 수 있을 거예요. 국민 누군가가 지역에 있어서, 형편이 어려워서, 나이가 많아서 이런 조건과 상관없이 차별받지 않고 양질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끔 구조와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리 할 일이죠."
또 위원장은 "예술위에서 지원하는 모든 공연들이 모두 솔드아웃"이라며 한층 성장한 한국 국민들의 문화예술 수요와 향유 수준을 언급했다. 과거의 먹고 사는 데만 집중하던 기성세대와 다른 현재 젊은 세대들에게 생활화된 문화예술의 흐름과 발맞춰 예술위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개편이 필요하다.
"문체부 장관 시절 거쳐서 문화는 돈도 벌고 경제도 되고 외교도 되고 복지도 되고 사회를 통합하는 기제도 된다고 책을 썼어요. 문화는 선순환을 이룬다는 걸 정확히 알게 됐죠. 일반적인 사회복지는 예산 지원하면 끝나요. 문화예술은 문화누리카드를 지급하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270만명이 6세 이상 11만원 누리카드 지급받고, 그 예산 2000억 정도가 문화예술쪽에 쓰이죠. 창작자들은 티켓이 팔리고 또 새로운 예술을 창조해내요. 문화예술은 창작자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라 감상하는 독자나 관객이 없으면 안돼요. 선순환이 멈추질 않죠. 후원하면 그건 모두 문화발전으로 문화소비계층에도 돌아와요. 요즘은 기업인들이 외국에서 문화 덕을 정말 많이 본다고 해요. BTS, K드라마 얘기부터 하니까 소통도 잘 되고 수익으로 이어지죠. 문화예술이 대한민국의 브랜드가치를 엄청나게 높여줬고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신뢰를 만들어줬으니 투자도 하셔야죠. 특히 ESG 경영이 요즘은 필수인데 문화예술에 투자하는 것도 ESG예요. 다른 분야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도 쉽고 좋은 영향으로 또 돌아오니까요."
최근 화두인 지역균형 발전의 일환으로 정부 공공기관 지역 이전이 이루어졌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역시 본관이 전라남도 나주에 위치해있다. 정 위원장은 취지엔 공감하지만 방식의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
"공공기관 임직원 서베이를 해보면 86%가 안간다고 해요. 첫 번째는 교육, 두 번짼 문화 때문이죠. 실무진이 나주에 있어서 서울, 수도권에서 지원받는 공연팀에게 거기로 심사받으러 오라고 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에요. 심사위원들의 접근성도 나쁘고요. 예술위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직원들이 사업을 디자인하고 공모하고 심사해서 선정을 하는데 막상 공연이 되면 기획한 사람들은 보질 못해요. 문화행정을 하는 사람들이 소외되고 있는 거죠. 좋은 문화를 설계할 수 없어요. 지역이 소멸된다고 하지만 강제로는 안돼요. 근무하고 자녀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죠. 좋은 학교, 서울과 격차나지 않는 문화 인프라 두 가지가 필요해요. 문화예술 통해서 지역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 나주부터 바꿔보자. 예산이 없어 맘대로 못하지만 방향은 그래요. "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8.31 choipix16@newspim.com |
정병국 위원장은 취임 후 국내 공연예술의 본거지인 대학로의 예술가의집을 리모델링했다. 다시 문을 연 그곳은 예술인들이 직접 위원장과 소통하고, 쉬어갈 수 있는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예술을 만날 수 있는 대학로를 구심점으로 삼아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문화행정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대학로의 150개 정도의 소극장들이 있지만 열악해요. 극장마다 무대기술자들이 상주하지 않다보니 고장나면 우리 극장 전문인력들이 출동해요. SOS가 오면 바로 나가니 반응이 좋아요. 각 극장들의 공연도 공동으로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보자, 취합해서 원터치로 볼 수 있는 것들도 추진 중이에요. 마로니에 광장에 주말에 아이들 데리고 많이 오시는데 '예술로의 소풍'이란 프로그램을 9-10월엔 다시 시작해요. 주말에 극장과 미술관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광장에서 보여드리죠. 미술관 체험도 해보고 커피 찌꺼기로 그림도 그려보고 전시도 해요. 그걸 나주에서도 하게 됐습니다. 나주의 문화 접근성도 위원회 차원에서 집중 지원해서 변화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5선(16∼20대) 국회의원과 국회 문화체육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제45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문화계 전문인사다. 첫 정치인 출신 위원장으로 주목받았으며 올해 예술위 50주년을 맞아 '아트포레스트 페스티벌'을 통해 범국민 예술 후원 캠페인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