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무기·군사기술거래와 중국 변화 대비해야
신냉전구도 고착 않게 안정적 정세 관리 필요
[서울=뉴스핌] 이영태 외교안보선임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 제8차 동방경제포럼(EEF, Eastern Economic Forum)을 계기로 개최할 가능성이 높은 북러정상회담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9년에 이어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북러정상회담은 지난달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3국이 안보와 경제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한 직후 개최된다는 점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북러정상회담은 구 소련을 포함해 1949년 김일성과 이오시프 스탈린 간의 1차 회담 이후 2019년까지 14번 개최됐다. 이번에 열리면 열다섯 번째다.
다만 북한과 러시아 모두 EEF가 공식 개막한 10일(13일 폐막)까지도 김 위원장의 방러 소식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어 일각에선 회담 장소를 변경하거나 연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북러 양국은 일단 군사 협력 확대·강화라는 큰 틀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 북러 간 무기·군사기술 거래와 중국의 전략적 입장 변화
첫째는 한미일 등 국제사회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북러 간 무기 및 군사기술 거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예상보다 고전하면서 북한으로부터 탄약과 대전차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미일의 미사일방어체계(MD)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의 미사일 경보시스템과 몇 차례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등 첨단 무기 기술 이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적대국이 중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그 정보를 중국과 공유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만약 북러 간 군사협력이 미사일 분야로 확대되고 이에 중국이 동참한다면, 한미일과 마찬가지로 북중러 관계도 준동맹으로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과거 북러 간 밀착을 경계해온 중국의 입장 변화와 동향이다. 중국은 이번 포럼에 장궈칭(張國淸) 중앙정치국 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를 대표로 보낸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2018년 제4차 포럼에 참석했으며, 2021년 6차에는 화상으로 참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불참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았던 중국 입장에서 북러 간 무기거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행사에 참석하는 데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러 간 무기거래를 옹호하거나 지지한다는 표시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중국이 이런 종류의 접촉을 경계하고 관계의 발전에 대해 우려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캠프 데이비드에서 미한일 3자 정상회담과 동북아에서 미한일 간 긴밀한 관계의 여파로 중국은 이제 힘의 균형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중러 3국 간 군사연합훈련이 성사된다면 "중국이 동북아에서 이웃 국가들과 새로운 종류의 관계를 맺어 미국의 힘에 대응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는 지표가 될 것"이라며 "북러 정상회담을 (중국이) 실제로 지지하고 환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중국은 북러 밀착에 대해 미국의 동북아 개입 때문이라는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공식적으로 이를 지지하지는 않고 있지만, 동북아 정세변화에 따라 지금까지의 전략적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에서 함께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좌)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09.01 kwonjiun@newspim.com |
◆ 한국, 신냉전 고착되지 않도록 북중러도 관리해야
이런 관점에서 한국이 구냉전과 신냉전의 근본적 차이에 주목하면서 냉전적 구도의 고착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최신 연구보고서(INSS 전략보고) '러-우 전쟁 이후 북러 밀착: 현황과 전망'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보고서는 "미중 전략경쟁과 러-우 전쟁으로 대변되듯 국제사회 내 주요 강대국을 중심으로 한 세력권 분리와 북핵문제의 장기화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다만 과거 냉전과 현재의 '신냉전' 질서가 가진 근본적 차이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미소 냉전이 이데올로기 중심의 전면적 갈등이었다면, 현 국제관계는 이익 중심의 강대국 간 세력권 분리의 성격이 강해서 사안에 따라 갈등의 경계가 달라지거나 협력과 갈등이 혼재되며, 명확한 양대 진영 간 대립·대결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북중러 관계는 사회주의라는 공통의 대안 이념이 아닌 반미·반패권이라는 부정 담론(negative discourse)과 국익 중심의 느슨한 연계에 기초할 뿐만 아니라, 한미일 관계에 비해 그 밀도와 강도가 약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결론으로 "한반도 주변과 동북아 역내에 '한미일 vs. 북중러'의 냉전적 갈등구조가 고착화하지 않도록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핵과 첨단 무기·기술 관련 북러 군사협력 사안을 적극적·선제적으로 이슈화하고 북러 간 협력의 고도화를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북아 신냉전이 본격화되면 북핵문제를 머리에 이고 있는 한국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미일 협력도 중요하지만 북중러 관리도 한국 외교안보의 레버리지 강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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