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엔무브, 액침냉각 시장 뛰어들어…국내 기업 중 최초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온도가 높으면 사람뿐 아니라 기계도 덥습니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365일 1초도 꺼지지 않고 작동해 많은 전력으로 열을 달고 삽니다.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역시 높은 열에 취약합니다.
액침냉각용 냉각수에 데이터센터 서버를 담근 모습. [사진=SK엔무브] |
열 관리는 안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급등하면 화재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죠. 기업들이 앞다퉈 설비의 열을 효과적으로 식힐 방법을 찾는 이유입니다. 이런 노력 중 하나가 '액침냉각'으로 불리는 액체를 활용한 냉각 시스템입니다.
액침냉각(Liquid Immersion Cooling)은 냉각유((Thermal Management·열 관리 유체)에 데이터 서버 등을 담가 열을 식히는 열관리 기술입니다. 특수 액체인 냉각유 속에 기계 전체를 통째로 넣어 온도를 내리는 셈입니다. 이전에 일부 부품에만 냉각 시스템을 적용했던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간 기술입니다.
수랭식과 공랭식 시스템은 기계를 차가운 물이나 공기를 활용해 식히는 간접적인 냉각 방식입니다. 반대로 액침냉각은 액체 상태의 냉각유가 기계를 휘감아 온도를 내리는, 더욱 직접적인 방식의 냉각 시스템입니다.
수랭식(흐르는 물) 시스템은 차가운 공기 활용해 열을 식히는 공랭식보다 약 20%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액침냉각은 이러한 공랭식보다 전력효율을 약 30% 이상 개선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했을 때의 기준으로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기에 전력 효율을 높이면서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습니다.
구글과 KT 등 국내외 빅테크 기업 중 상당수가 수랭이나 공랭 시스템 등 간접 냉각 방식을 사용합니다. 삼성SDS는 지난해 12월 가동을 시작한 동탄 데이터센터에 수랭식 시스템을 적용하고, 향후 액침냉각 시스템 적용을 위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상태입니다.
SK엔무브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주력 제품인 윤활기유를 원료로 활용해 냉각유를 개발해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ESS와 전기차 배터리용 액침냉각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SK엔무브는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서 액침냉각 시스템의 성능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SK엔무브가 국내에서 황무지나 다름없는 액침냉각 시장에 뛰어든건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입니다. SK엔무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ESS, 전기차용 배터리 등의 열관리를 위한 액침냉각 시장이 2040년 42조원 규모로 확대된다고 합니다.
SK엔무브는 시장 개화 단계인 액침냉각 기술의 신뢰를 확보하고, 주요 수요 지역 내 공급망을 공동으로 구축해 액침냉각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해외 기업과도 손을 잡고 있습니다.
SK엔무브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기업인 미국 GRC에 2500만달러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미국 PC 제조·IT 솔루션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와 관련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SK엔무브 관계자는 "국내 유일하게 액침냉각에 사용하는 냉각수를 개발 중"이라며 "고급 윤활기유에 독자적 배합식에 따른 첨가제 등을 활용했기에 타사 제품 보다 더 짧은 시간 열을 식히고, 전력 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