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 표결 앞서 '체포동의' 가결 주장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결국 구속 심사대에 오르게 됐다. 검찰은 두 번째 시도 끝에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할 기회를 얻게 됐고,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자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국회는 21일 오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진행한 뒤 최종 가결했다. 총 투표 인원은 295명이었으며, 찬성표는 149표, 반대표는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였다.
국회법상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가결된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이날 오후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이 대표는 전날(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부결을 요청했다. 2023.09.21 photo@newspim.com |
◆ 한동훈 "민주당,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 약속 지킬 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표결에 앞서 이 대표의 범죄 혐의를 설명하고 체포동의 이유를 밝혔다.
한 장관은 "대장동·위례 그리고 오늘 백현동 사업 비리까지, 모두 이 대표가 약 8년간의 성남시장 시절 잇달아 발생한 대형 개발비리 사건들"이라며 "지방자치권력을 남용해 자신의 측근들이나 유착된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제공, 천문학적인 이익을 몰아주는 범행의 방식이 대동소이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위 실무자들에 대한 책임 전가 등 행태와 허위 증거 작출 등 대응 방식도 매우 유사하고, 이러한 갖가지 사법방해 행위들의 최대 수혜자는 이 대표였다"며 "한번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이 대표의 범죄혐의들은 동일한 범행과 동일한 사법방해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한 장관은 "이 사건은 다수의 관련자가 조직적으로 관여한 범죄로서 이 의원의 정치적 지위와 지금까지의 수사과정 등을 고려하면, 공범들이나 참고인들에 대한 회유·압박을 통한 증거인멸의 염려가 매우 크다"며 "위증교사 사건에서처럼 제3자를 내세워 허위 증언이나 증거를 꾸며낼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한 장관은 "이 의원의 변명은 매번 자기는 몰랐고 이 사람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는 것이라는데, 상식적으로도 그게 가능하겠는가"라며 "지난 7월 18일 이 의원이 속한 민주당 의원 168명 전원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지금은 주권자인 국민들께 한 약속을 지킬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0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2023.09.21 leehs@newspim.com |
◆ '꽃놀이패' 쥔 검찰, 혐의 입증해낼까
그동안 이 대표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해온 검찰 입장에선 그의 신병 확보를 할 기회를 얻었지만, 일각에선 검찰이 마냥 기뻐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검찰에게 '꽃놀이패'(이기면 큰 이익을 얻고 져도 부담이 가벼운 패)라는 평가가 많았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이 대표의 구속을 노릴 수 있고, 행여 부결되더라도 '방탄 정당'을 내세워 야권 수사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수수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정자동 호텔 특혜 사건' 등 이 대표 관련 잔여 사건도 여전히 수사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 수사도 착수한 상황이다.
이에 이번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로, 이 대표의 구속 여부뿐만 아니라 검찰의 야권 겨냥 수사 또한 일부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는 모양새가 될 전망이다.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발부할 경우 검찰은 이 대표를 포함한 야권 수사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혐의에 대한 판단 없이 기각할 경우 부당한 수사 내지는 무리한 영장 청구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최초 가결
이번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은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민주당 의원으로는 처음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 구속영장이 청구된 첫 민주당 의원은 노웅래 의원이다. 검찰은 그가 부동산업자 박모 씨의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고 뒷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으나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그의 신병확보에 실패했다.
두 번째는 '위례·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등으로 영장이 청구됐던 이 대표다. 당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반대표보다 찬성표가 1표 더 많았으나, 과반을 넘지 못하면서 부결됐다.
윤관석·이성만 두 의원은 검찰의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수수 사건'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신분으로 영장 청구를 받았다.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부결됐다.
하지만 검찰은 이후 비회기 기간을 이용해 이들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했고, 결국 윤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의원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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