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조선의 '웨딩드레스' 활옷 전시 개최
아름지기재단, 온지음 옷공방·크리스티나 김 전시 선봬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관광 1번지'로 통하는 경복궁 주변은 대여 한복을 입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코로나19 방역 해제 이후 해외 관광객들이 붐비면서 한복 입은 외국인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한복을 입고 한국 문화를 즐기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들의 입은 한복을 두고 '전통 한복이 아니다' '중국풍에 가까운 한복'이라는 비판의 시선은 여전하다. '체험용' 한복은 그 나름대로 활용 가치가 있을 터.
'체험용 한복'이 넘치는 종로구 거리에 한국 한복 멋의 진수를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전시가 마련 돼 있어 눈길을 끈다. '궁중활옷'을 전시하는 '활옷만개전'과 통인동거리를 걷다 마주하게 될 아름지기재단 사옥에서 열리는 'blurring boundaries: 한복을 꺼내다'이다.
'활옷만개전'은 조선시대의 '웨딩드레스'라고 할 수 있는 혼례복을 선보이고 있으며, BTS의 RM이 복원에 힘써달라며 1억을 후원해 제 모습을 찾은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미술관 소장의 활옷이 전시돼 있어 화제다. 'blurring boundaries:한복을 꺼내다'는 전통적인 멋을 훼손하지 않았지만 현대적 감각이 묻어나는 '우리 옷'을 볼 수 있는 전시다.
◆ 조선의 공주·옹주가 입은 '웨딩드레스' 활옷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복온공주 홍장삼 [사진=문화재청] 2023.09.22 89hklee@newspim.com |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조선시대 공주와 옹주, 군부인(왕자의 부인) 등 왕실 여성들의 '웨딩드레스'인 '활옷' 9점을 포함한 관련 유물 총 110여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활옷 만개-조성와실 여성 혼례복'이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조선 전기 국가기록물에 '홍장삼'으로 기록됐던 활옷은 고유 복식의 전통을 이은 긴 겉옷으로 치마와 저고리 등 여러 받침옷 위에 착용하는 대표적인 조선왕실의 여성 혼례복이다. 사치를 배격했던 조선시대에 유일하게 화려한 자수, 가장 진한 붉은 빛깔인 대홍(大紅)의 염색, 아름다운 금박 기법 등 많은 노력을 들여 제작했던 만큼 왕실을 넘어 민간 혼례에서도 착용이 허락되었던 옷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BTS의 RM이 복원 후원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소장 활옷 [사진=문화재청] 2023.09.22 89hklee@newspim.com |
이번 전시 중 유일하게 착용자가 알려진 '복온공주 활옷'(1830년,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등 국내에 전하는 활옷 3점과 미국 필드박물관, 브루클린박물관, 클리블랜드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활옷을 비롯한 국외소장 활옷 6점 등 조선왕실 활옷의 특징을 간직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특히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소장 활옷은 지난해 방탄소년단 RM의 후원을 받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최근 보존처리를 완료한 작품으로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내기 전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라 더욱 뜻깊다. 전시는 12월13일까지.
◆ 아름지기 재단, 전통 살린 현대판 한복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blurring boundaries: 한복을 꺼내다' 전시장 전경 2023.09.22 89hklee@newspim.com |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에서는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김이 참여한 'blurring boundaries: 한복을 꺼내다'를 기획해 지난 2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크리스티나 김은 한국에서 태어나 LA에서 활동하는 의류 디자이너다. 그는 여러 나라의 전통 공예 장인과 협업하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며 각 나라마다 고유의 전통이 수작업으로 발현되는 과정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옷을 만들어왔다. 그는 한복을 현재에도 입을 수 있는 일상복으로 바라봤다.
전시장 초입부터 한국의 멋이 폭발한다. '달항아리' 백자가 관람객을 맞는다. 본격적으로 전시장을 들어서면 중앙화동재단 부설 전통문화연구소인 온지음 옷공방이 1910년부터 1950년까지 여성 저고리와 남성 속적삼 원형을 옷감 개발과 형태까지 연구해 만든 재현품 4점이 전시돼 있다. '한복' 그자체의 유려함 고급스러움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누가 입어도 편하고, 맵시 좋은 한복들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blurring boundaries: 한복을 꺼내다' 전시장 전경 2023.09.22 89hklee@newspim.com |
기존의 한복 현대화 과정은 전통 복식의 디자인적 요소를 차용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한복 그자체로 출발한다. 우리 조상들이 오랜 시간 아름답다고 여긴 것을 존중하는 태도로 원형의 형태와 색, 소재를 연구하면서 영감과 조우하고 조금씩 조정하고 변형한 결과물들이다.
전통 복식에 대한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편견없이 한복을 바라본 크리스티나 김의 한복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크리스티나 김과 온지음 옷공방은 속곳을 겹쳐 입었을 때 한층 풍성해지는 한복의 선에 주목해 여러 겹 겹쳐 있는 방식을 제안했다. 또 속옷으로 입었던 단속곳이나 너른바지, 가슴띠 등을 겉옷으로 변형하는 등 다양한 변두도 시도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blurring boundaries: 한복을 꺼내다' 전시장 전경 2023.09.22 89hklee@newspim.com |
저고리, 치마, 두루마기, 단속곳 배자 등 원형 한복의 패턴 연구를 기반으로 착용감과 실용성 개선을 위해 약간의 변형만 거쳐 원형의 유한 비례와 미감은 그대로 간직한 한복을 선보인다.
계단실에는 크리스티나 김의 브랜드 도사(dosa)에서 제작한 '은지 치마'와 온지음 옷공방에서 제작한 '무지기 치마'가 한 데 어우러져 다양한 색채의 향연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연구하고 협력한 과정도 펼쳐진다. 본래 평면의 패턴으로 만들어진 한복을 더욱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디자인하는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저고리의 편안한 착용감을 찾기 위해 수많은 피팅을 거치면서 어깨선의 경사도나 등의 길이에 변화를 주는 등 패턴을 조정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전시장에 설치된 저고리 2023.09.22 89hklee@newspim.com |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컬러 차트 2023.09.22 89hklee@newspim.com |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blurring boundaries: 한복을 꺼내다' 전시장 전경2023.09.22 89hklee@newspim.com |
또 한국의 다양한 기와의 색, 전통 혼례복인 원삼의 색동 소매색 등 색상과 비례를 추출해 만든 컬러 차트도 나왔다. 다양한 색에 대한 연구와 고민, 표현을 확인할 수 있다.
신연균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사장은 "우리의 전통 한복이 21세기에도 꾸준히 일상의 옷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번 전시가 한복이 자기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진화하는 시점이 되기를 바라며 전통과 현대적 옷감, 고유의 선과 우리 정서가 담긴 색을 지키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여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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