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역무로 선박무선통신 서비스 이어가
올 2월로 무선전보 서비스는 역사 속으로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위성통신, 5G 등 최첨단 통신 시대가 도래하고 있지만 가장 아날로그에 가까운 통신 기술을 지키고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KT 화성송신소다. 생선가시 모양의 안테나에 둘러싸인 화성송신소는 먼 바다에 나가 있는 배들을 위해 최전방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KT 화성송신소를 둘러싸고 있는 단파용 LP안테나를 설명하고 있는 최충식 KT 서울무선센터 차장. [사진=조수빈 기자] |
KT는 공중전화와 시내전화처럼 시민에게 언제 어디서나 제공되어야 할 기본적인 통신서비스로 선박무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선박무선서비스는 2000년부터 사회 질서를 유지하거나 시민 안전에 필요한 보편적 역무로 포함됐다. KT는 1939년 개소한 서울무선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37개의 원격 해안국을 84년간 운영 중이다.
김기평 KT 서울무선센터 센터장은 "통신 기술 발달로 많은 선박에서 위성전화를 이용하고 근거리에선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등의 변화가 생겼지만 선박무선서비스는 생존성이 가장 높은 비상·긴급 통신"이라며 "수익성에 상관없이 KT가 서비스 제공을 이어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먼 바다와 육지 잇는 화성 송신소...조난 수신도 척척
화성송신소는 먼 바다와의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거리 슈터'다. 야간에는 전국 원격 해안국을 관제하는 역할도 한다. 송신소는 전파를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선박과 육지를 연결하는 방식은 70년대 전화 교환원과 비슷한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한다. 선박에서 육상 가입자와 통화를 원할 경우 선박전화 신청번호로 접수하면 각 권역에 있는 무선국 교환원이 선박명, 호출부호, 선박위치, 선원명 등 내용을 접수해 전화를 연결하는 식이다.
화성송신소의 주요 업무는 선박무선통신(전화)뿐 아니라 선박 자동조난수신서비스, 선박무선전보 등이다. 선박무선통신은 단파(HF), 중단파(MF), 초단파(VHF) 대역의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육지와 선박, 선박과 선박을 연결해 재난구조, 긴급통신, 일반 공중 통신을 지원한다.
단파는 3~30MHz대역을 이용하는 전리층 반사파로 5대양 6대주와 통신이 가능한 원거리 통신을 지원한다. 100km에서 200km 고도에서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전리층을 통과하지 못하고 지표와 전리층을 왕복하며 반사되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장거리 통신이 가능하다.
중파는 2MHz대를 이용하는 지표파로 연근해(육지로부터 약 200km)를 지원하며, 초단파는 150~162MHz대를 이용하는 직접파로 근해(육지로부터 약 40km이내)의 선박을 지원한다.
화성송신소에 단파용 LP안테나가 33기 구축되어 있으며, 중단파용 DB안테나가 6기, 철탑이 69기 등이 구축되어 있다. LP안테나는 생선가시를 닮았다고 해 피쉬본 안테나(Fish-bone)로도 불린다. 이 피쉬본 안테나는 소자의 길이와 비율이 일정 비율로 설계돼 복사 효율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KT 화성송신소의 업무를 설명하고 있는 김기평 KT 서울무선센터 센터장. [사진=조수빈 기자] |
KT는 해양경찰청과 함께 2000년부터 자동조난수신서비스를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선박무선통신 사업자이기도 하다. 선박 자동조난수신서비스는 선박의 조난 등 긴급 상황 발생시 선박이 보유하고 있는 조난 단말장치를 통해 데이터 신호를 자동으로 송출한다.
이후 해안 원격국 수신기를 통해 접수된 신호를 자동으로 해양경찰청으로 선박식별번호, 발송위치(위·경도, 도·분·초 표시)를 문자(SMS) 및 팩스로 동시 전달한다. KT측 근무자는 조난 수신여부를 해경 상황실 근무자에게 유선으로 확인한다.
KT는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통신연합(ITU)의 기준에 따라 설비를 운용 중이며, 조난안전시스템(GMDSS) 제도에 따라 재난안전설비를 도입했으며, 국제 해사기구에 등록돼 있는 기업이다.
뱃사람들의 희노애락을 전달하던 선박무선전보(전신) 서비스는 올해 2월로 종료됐다. 개인이나 기업이 전보, 팩스 등으로 KT 서울무선센터에 메시지를 전달하면 이를 모스 부호로 바꿔 먼 바다와 소통한다. 옛날에는 먼 바다에서도 아내의 순산 소식을 듣기도, 부친의 작고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유일한 통신 수단이기도 했다.
지금도 약 2500대의 선박이 KT 선박무선서비스를 통해 육지와 소통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전국 각지의 송수신소에서 약 20명의 베테랑들이 뱃길을 밝히고 있다. 입사 이후 서울무선센터에서 30년 이상 근속했다는 김 센터장은 "위성통신이 발달하며 예전만큼 통신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80년 넘게 바다 곁을 지킨 것은 KT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뱃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최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명감과 함께 앞으로도 바다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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