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인수 시 '큐텐연합' 점유율 3위
'2강·1중' 구도 흔들 수 있어
국경 초월 경쟁 심화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큐텐이 11번가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 인수 시 점유율 3위로 단숨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이커머스 업계 판도를 바꿀 마지막 '빅딜'이 될 전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11번가의 모회사인 SK스퀘어에 11번가 지분 일부를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히고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분 인수 후 SK스퀘어와 공동 경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큐텐 로고.[사진=큐텐] |
11번가는 2023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는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지만, 증시 상황이 여의치 않자 지분 매각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란 관측이다.
큐텐은 앞서 티몬, 인터파크쇼핑, 위메프를 잇달아 인수하며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메기'로 떠올랐다. 11번가까지 인수하면 지마켓(구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점유율 3위로 올라선 신세계그룹도 따라잡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22년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현황을 보면 11번가의 거래액은 10조5000억원으로 점유율 7% 수준이다.
여기에 일명 '큐텐연합'으로 불리는 '티메파크(티몬·인터파크쇼핑·위메프)'의 점유율 4.6%를 합하면 G마켓·옥션·SSG닷컴을 합한 신세계그룹의 점유율(10.1%)을 1.5%포인트 차로 따돌릴 수 있다.
신세계그룹이 지마켓을 인수한 후 단숨에 점유율을 높인 것처럼 큐텐과 11번가도 쿠팡(24.5%)과 네이버쇼핑(23.3%)에 이어 단숨에 점유율 3위(11.6%)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쇼핑만으로는 존재감을 갖기 어려우니 11번가 지분 가격이 적당하다면 큐텐 입장에선 인수를 고려해볼 법할 것"이라고 말했다.
큐텐이 11번가 지분을 인수할 경우 단순 점유율 순위 변동뿐 아니라 이커머스기업 간의 국경을 초월한 경쟁 또한 한층 더 과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알리바바의 해외 직구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확대했다.
지난 8월 알리익스프레스의 앱 사용자 수는 1년 전 대비 2배가량 늘어난 551만명으로 집계됐다. 쿠팡, 11번가, G마켓에 이어 사용자 수 순으로 4위다.
반대로 쿠팡은 국내 입점 판매자의 해외 진출을 돕는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 쿠팡의 로켓직구·로켓배송 서비스를 통해 대만에 진출한 중소기업은 지난달 기준 1만2000곳으로 집계됐다.
큐텐은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16개국에서 물류 전과정을 도맡아 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큐텐에 인수된 직후 큐익스프레스 풀필먼트 서비스를 대표 서비스로 키우고 있다.
여기에 기존 오픈마켓 강자인 11번가의 입점 판매자까지 합류하면 큐익스프레스 취급 물동량이 더 늘어나 국내외 판매자들 간의 국경 없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11번가와 큐텐 측 모두 지분 매도와 매수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확인된 게 없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